박영자(수필가)

▲ 박영자(수필가)

세계의 여러 나라 중에 가장 청렴한 나라는 어디일까. 국제적인 부패감시 민간단체로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는 해마다 각국의 정직도 측정을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15차례의 여론조사와 9곳의 독립연구소 조사 자료를 종합해 발표한다.
  작년에(2015)에, 본부가 있는 베를린의 독일연방정부 청사에서 전 세계 언론사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지구촌 102개국 순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정직도 10점 만점에서 4.0점을 기록해서 총 조사대상 국가 중 요르단, 코스타리카, 모리셔스와 함께 공동 40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차츰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중간점수인 5점을 넘지 못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사실상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핀란드는 9.7점으로 3년 연속 부정부패 없는 가장 청렴한 나라로 뽑혔으며 다음으로 덴마크와 뉴질랜드(공동 2위), 아이슬란드 등의 순이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국가 중 가장 투명성 높은 9.3점으로 스웨덴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1등 청렴국가인 핀란드는 우리나라의 1.5배 면적이지만 인구는 517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산이 많아 임산업이 발달했고,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와 수많은 맑은 호수가 유명한 나라이다. 이 나라가 청렴한 국가인 가장 큰 이유는 사회가 매우 개방돼 있는 완벽한 투명성이다. 정치인, 공무원,ㆍ기업인은 일 년에 한 번 소득과 자산 변동내역을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공인으로 간주되는 모든 사람들의 자산 변동내용을 세밀하게 추적 보도한다. 이른바 ‘뒷돈’ 이라는 것이 필요 없고 공정한 절차로 수행되는 행정환경 속에서 마음 놓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단다. 부정부패를 용서하지 않는 높은 시민의식 또한 핀란드의 투명성 유지의 요인이다. 청렴지수 1위, 환경지수 1위, 여성지위 2위의 깨끗하고 강한 나라 핀란드가 부럽다.
  한 예로 대형 마트에서 야채나 과일을 살 때도 자기가 사고 싶은 야채를 골라 담고 스스로 그 야채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버튼을 눌러 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감시하는 사람도 없어 속일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풍경을 우리에게 대입시켜 보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상상해 본다.
  재벌들의 갑 질,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화두인 우리 사회는 정의를 갈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바로 오늘부터 이 법이 시행 된다. 그동안 농축수산업계의 반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등 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는 게 더 시급하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청렴도와 윤리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한순간 양심을 팽개치고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된 공직자들을 심심치 않게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지 못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고의 이면에는 언제나 비리와 부패가 있었고 이로 인한 부실시공, 안전관리미흡 문제가 지적되었다. ‘청렴’이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공직자가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사회가 되어야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며 청렴한나라일수록 국가경쟁력과 국민소득이 높아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렴은 공직자만 지켜야할 의무가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할 의무이다.
  ‘식사 기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영란 법이 성공하려면 첫째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부패문화, 지독한 학연·지연·혈연에 기초한 온정주의와 연고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이다. 핵심은 청탁하지도 말고, 청탁받지도 말며, 공짜 밥,·공짜 술, 먹지 말고, 애매하고 의심스러우면 더치페이(각자 내기)하면 되는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 식사 할 때 으레 연장자나 상사, 또는 돈 많은 사람이 내는 ‘독박문화’ 도 이 기회에 바로 잡는 것도 해롭지 않지 싶다.
  처음 시행하는 법이니만큼 애매한 것, 아리송한 것도 많아 혼선이 예상 되지만 근본은 얼마나 잘 지키느냐는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끗해지고자 하면 전체가 깨끗해질 것이다. 나는 얼마나 청렴한 사람인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청문회 때 보면 상대방에게 불호령을 내리던 사람들, 자신은 얼마나 깨끗한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일이다.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돈 만원 내외면 한 끼 식사 값으로 족하지만 높은 분들의 입은 특별나고 배도 더 큰지 모르지만 3만원이면 족하지 않겠나. 잘 대접하여 대가를 바라거나 허세를 부리려면 몰라도 말이다. 이 기회에 우리도 구린내 나는 뒷거래 없는 청정하고 청렴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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