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천지역에서 우월적 ‘갑질’과 이에 당하는 ‘을’처럼 힘의 논리가 양측 입장에서 견해차를 보이며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천시청 모 국장과 시의회 모 의원이 현안문제 조율을 위해 가진 저녁자리에서 이견이 표출되며 결국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것이 그것이다.
모 국장은 시가 추진하는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 건립을 위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시의회에 제출한 도시계획조례 일부를 개정해 달라는 안건처리를 위해 시의원을 만났다고 한다.
이 사업은 이시종 도지사가 강력히 밀어 붙이고 있는 사업이어서 제천시 입장에서는 반드시 시의회 동의를 거쳐 조만간 사업에 착수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돼버린 시는 사업부지 위치를 변경한 뒤 해당지역에 이 시설이 건립될 수 있도록 조례를 변경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의회는 건립 이후 제천시가 시설 유지를 위해 부담해야 할 시민 혈세가 너무 많이 소요돼 사업에 절대 동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고 한다.
시의회는 막대한 운영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관련법상 반드시 도시계획조례를 변경해줄 경우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처리했다고 한다.
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우선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 처리된 안건을 본회의에서 수정 발의해줘야 할 의원을 물색하는 게 급선무였다.
시는 안건을 수정 발의해줄 의원을 찾았지만, 해당 의원이 다른 의원들이 서명을 해야 본회의에서 발의를 할 수 있다는 ‘옵션’을 내놔 이 문제를 풀기위해 ‘동분서주(?)’하다 사달이 났다고 한다.
시청 국장과 시의원이 같이 싸운 것이라고 하지만, 그날 두 사람이 벌인 행동은 거의 종합격투기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청 국장은 ‘싸움의 정석’에서 나올법한 ‘선방’으로 시의원을 때려 눕혔고, 10여년 후배인 해당 시의원도 시청 국장을 한참동안 때리는 포스를 보여줬을 거라는 짐작이 든다.
기초 자치단체 국장은 4급 서기관으로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로망’으로, 선택된 자만이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이라고 한다.
탁월한 업무능력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 사이에서 선호도 또한 승진 요소에 들어가고, 그 정도 경력이라면 지역사회에서 도와주는 신망과 ‘빽’이 한 몫 거들었을 거라는 판단이 든다.
제천시를 책임지는 시장이 시의원 서명 추진을 모를 리가 없다는 전제 아래 이번 폭력사태를 발생시킨 시청 국장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도 무리수가 따를 법하다.
이번 폭력사태 결과를 놓고 볼 때 ‘힘으로 흥한 자’와 ‘힘으로 망한 자’가 폭력사태를 야기한 시청 국장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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