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사법부 판례에 맡긴 애매모호한 유권해석 많아
대한상의 상담사례집 내 놓고 기업혼선 최소화 노력도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법률(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아직도 애매모호한 유권해석이 많아 사법부의 조속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2·5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애매모호한 유권해석 때문에 당분간은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한 더치페이(각자부담)가 유행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구내식당이 특수를 누리면서 지역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외부 식당 이용하기가 위축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런 연유로 대한상공회의소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의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을 발간해 27일 공개했다.

사례집은 대한상의가 지난 8월부터 6대 로펌과 함께 운영 중인 ‘김영란법 상담센터’에 접수된 기업들의 질문과 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같은 행위일지라도 사안에 따라 법의 적용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예컨대 사립대 평교수에게 강연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괜찮지만 국립대 평교수에게 50만원을 주는 것은 안 된다.

공무원과 2번 식사를 하면서 매번 3만원씩 더치페이를 하는 것은 적법의 테두리에 들어가지만 6만원을 초과하는 식사 금액을 번갈아 가며 결제하는 것은 위법이다.

세무 공무원에게 사교 목적으로 2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괜찮지만 세무조사 나온 공무원에게 2만원짜리 음식을 제공해선 안 된다.

기업에서 출입 기자에게 1만원 상당의 주차권을 무료 지원하는 것은 원활한 직무수행 상 필요한 경우는 허용되지만 단순 지급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 해외에서 열리는 학술행사에 연구 참여 교수를 대동해 신제품을 발표해도 될까. 의료법에 근거가 있는 제약업계 행사는 항공료를 지급하는 등 교통숙박 편의를 제공할 수 있지만 다른 업계는 불가능하다.

기업이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참석자에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린다면 불법일까.

참석자 중 공무원, 교수, 언론인 등이 포함돼 있다면 행사와 무관하게 제공하는 선물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참석자 모두에게 제공되는 회사로고가 들어간 홍보용 시제품은 예외로 보고 있다.

애초 이번 사례집은 법령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제작됐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아직도 국민권익위원회 조차 유권해석을 미루거나 아예 판례에 맡기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조속한 유권해석과 사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일례로 기업마다 교수를 사외이사로 위촉하고 업무수행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회의 참석 수당을 제공하고, 임원급 예우를 하며 골프나 휴양시설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도 권익위와 법조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기업의 내규보다는 공직자 등에 대한 김영란법을 우선 적용하지만, 법조계에선 교수 신분이 아니라 사외이사직 신분에서 활동하는 대가에 대해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 보고 있다.

또 종업원이 법을 위반할 경우 기업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대한 기업의 문의도 많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사규, 가이드라인 정비, 직원교육, 준법서약서 의무화,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의 대응책을 제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종합적인 컴플라이언스(법령을 얼마나 따랐느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재판과정에선 이 시스템을 얼마나 정착시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은 대한상의 홈페이지(www.korcham.net)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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