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 이틀째를 맞았다. 김영란법은 크게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교수의 외부강연을 제한해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부패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 적용 대상만 4만여 기관에 400만명에 달해 그 파장 또한 엄청나다.
어찌 보면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관습처럼 내려온 온정주의 문화를 뿌리 채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갈수록 각박한 사회로 변모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이제 식당에서 음식값을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는 풍경은 일본이나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아닌 우리 사회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문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업종 간 희비가 엇갈려 한우, 한식, 일식집 등 고가의 외식집 경기가 위축되는 대신 서민의 음식집인 삽겹살, 분식, 국밥집 등이 활황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기에 벌써부터 ‘란파라치’란 신종업종이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당분간 적극적인 사정활동 보다는 신고를 받아 수사에 나서는 소극적인 처벌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소극적인 사정활동이 아마도 란파라치란 신종업종의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우리사회에 꼭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세계 부패지수 27위란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비록 김영란법이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할 도덕을 법으로 규율하는 극약처방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만 정착시키면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사법부의 조속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애매모호한 유권해석이 많아 혼란을 주고 있다. 기업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6대 로펌과 함께 상담센터를 운영해 온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상담사례집을 내 놓으면서 국민권익위원회 조차 유권해석을 미루거나 판례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당분간은 더치페이(각자부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정도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같은 행위일지라도 사안에 따라 법의 적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립대 평교수에게 강연료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괜찮지만 국립대 평교수에게 50만원을 주는 것은 안 되는 경우다.
또 기업이 신제품 설명회를 하면서 참석자에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리는 것은 무방하지만 행사와 무관하게 공무원, 교수, 언론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는 경우다. 같은 신제품 설명회도 시제품에 기업로고를 붙여 홍보용으로 돌릴 경우는 또 예외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권익위 보다도 더욱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해 혼란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유명 로펌의 변호사를 초빙해 강연을 들은 한 후배는 ‘권익위에선 교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무 관련자와의 3만원 이내 식사대접을 허용하는데 무조건 안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판례가 될 경우 저희 로펌에 연락해 주시면 상세히 알려드리겠다’는 홍보성 멘트를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모두 다 사법부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이제 이런 혼란을 잠재울 빠른 정착만이 답이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스스로가 적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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