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수(편집국 부장/내포지역담당)

▲ 정래수(편집국 부장/내포지역담당)

공무원들의 관급공사 입찰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뇌물을 받고 입찰 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는 알려진 수법이다. 이번에는 결탁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충남교육청 '스쿨넷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서류를 조작하고 특정 업체에 정보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허위 서류를 제출한 업체가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교육청 합동 감사에서 드러났다. 법도, 도민의 눈도 무시한 채 특정업체를 밀어준 막장 드라마다.
충남교육청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전산분야 합동감사 결과 담당 공무원의 일탈 의혹, 행정절차 위법 사항, 통신업체 위반 사항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결과를 보면 행정절차 위반 사항은 제안서 제출기한 임의 적용과 제안요청서 작성근거 미흡, 접수과정 미흡, 평가 시 객관성 미흡 등으로 사실상 전 과정이 엉망이었다. 업무담당 공무원이 업무배제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관련 공무원의 비위뿐만이 아니었다. 허위 서류를 제출한 업체가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는 등 심사 과정도 허술하게 진행됐다. 통신업체가 제안서에 첨부한 보안장비 및 네트워크 장비 6종의 보안인증서는 허위이거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사건 발생 직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충남교육청은 "업체의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귀책 정도에 대한 법률 자문 후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한다. 한동안 지역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업체에 사업권을 넘긴 변명 치고는 궁색하다. 결탁 의혹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망이 제 아무리 촘촘하다 해도 범법을 다 적발할 수는 없다. 비위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그것도 허위 증명서를 제출하고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태는 충남교육청의 처벌의지가 부족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일이 재발해선 절대 안 된다. 공복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비위 공무원은 엄벌돼야 한다. 왜 김영란법이 필요한지 이번 사건은 확실히 증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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