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우리 안에서 해결하자."
    서남원(49) KGC인삼공사 감독이 선수들에게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2시즌 연속 V리그 최하위에 그친 인삼공사가 2016년 프로배구연맹(KOVO)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인삼공사는 2일 충북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1(25-23 18-25 25-18 25-23)로 누르고 5년 만에 KOVO컵 결승에 진출했다.

    3일 IBK기업은행과 결승에서 승리하면 2008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다.

    의외의 결과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인삼공사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주포 백목화, 이연주와 계약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서맨사 미들본을 지명했으나, 미들본이 개인 사정으로 입국하지 않았다. 급하게 알레나 버그스마와 계약해야 했다. 1순위 지명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4월 신임 사령탑에 오른 서남원 감독에게는 걱정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지난 시즌까지 세터로 뛴 한수지를 센터와 라이트로 쓰기로 했고, 센터 장영은도 레프트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

    센터 선수들에게도 라이트, 레프트 측면 공격수 훈련을 시켰다.

    서 감독은 "백목화와 이연주가 나가면서 레프트 등 측면 공격수 공백이 컸다. '키 작은 센터'였던 장영은을 레프트로 옮기고, '키 큰 세터'였던 한수지를 센터와 라이트로 활용하면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될 것으로 봤다"고 했다.

    과감한 선택이 통했다. 서 감독은 "아직은 선수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책임감도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공격력 좋은 외국인 선수는 안 뽑을 거다. 너희가 직접 해결할 생각을 하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운도 따랐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알레나는 경기를 치를수록 팀에 녹아들고 있다.

    서 감독은 "다행히 알레나를 믿고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래도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2번, 3번 연속 올리는 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변화를 통해 강해진 인삼공사는 이제 KOVO컵 대회 정상에 도전한다.

    서 감독은 "기업은행과도 맞짱을 떠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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