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 창사 25주년 기획 동양포럼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연다-동아시아 활명연대(活命連帶) 제안’을 주제로 1~3일까지 사흘간 충북예총 따비홀에서 개최됐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포럼은 한·중·일 3개국 33명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해 매머드 토론회로 진행됐다. <사진·최지현>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동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 위한 한·중·일 지식인들의 철학 대화가 개천절을 즈음해 청주에서 펼쳐졌다.

동양일보는 1~3일 청주시 우암동 충북예총 따비홀에서 창사 25주년 기획 ‘동양포럼-한·중·일 회의 Ⅱ’을 개최했다.

동양일보 부설 동양포럼운영위원회(위원장 유성종·전 꽃동네대 총장)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동양일보 창사(10월 12일) 25주년을 맞아 ‘동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연다-동아시아 활명연대(活命連帶) 제안’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졌다.

이번 포럼은 한·중·일의 세계적인 석학 33명(한국 16명, 일본 13명, 중국 4명)이 참가한 매머드 토론회로 진행됐다. 3일 간 10명이 10개의 발제를 한 뒤 각각의 발제에 대한 토론과 종합토론, 전체토론, 발전토론이 이어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날은 김용환 충북대 교수가 ‘개천(開天)의 새 뜻을 다시 풀어 본다’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날 김 교수는 그동안 ‘개국(開國)’의 의미로만 해석돼 온 ‘개천(開天)’을 ‘동아시아라는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뜻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개체 생명을 넘어 우주 생명을 자각할 때 존재의 지평이 열리고 그것이 바로 개천이라며 이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박맹수 원광대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박 교수는 ‘개천·개벽·다시 개벽을 묶어서 생각한다’는 주제 아래 동학사상을 토대로 한 근대한국의 개벽(開闢) 사상을 풀어냈다. 그는 특수한 계층이 아니라 일반 민중이 주체가 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의 동학의 의미를 강조했다.

‘개천을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이화로 푼다’를 주제로 한 세 번째 발제에 나선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과 ‘재세이화(세상에 있으면서 다스리고 교화한다)’에 초점을 맞춰 사상적 맥락을 짚었다. 그는 ‘재세이화’와 퇴계 이학을 연결지어 “퇴계의 이학은 단군신화의 재세이화가 인간론적, 실천적 차원에서 펼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 했다.

리우 지엔 훼이 국제일본학연구센터 교수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은 과거에 공유해온 문화, 그 속에서 함께 걸어온 역사의 과정을 서로 재인식하고 그 경험과 교훈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문화에 의한 유대의 재구축이야말로 장래에 다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마찰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태만 국립해양대 국제대학원 원장과 가타오카 류 도호쿠대 준교수는 각각 ‘한·중·일의 새로운 미래를 연다’는 주제 아래 한국의 세월호 참사와 일본의 동북대지진을 예로 들며 재난을 당했을 때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둘째 날에는 야규 마코토 미래공창신문 편집주임이 ‘개천을 미래공창으로 푼다’는 주제로 발제하며 단군신화 속에 함께 미래를 열어 간다는 의미의 ‘미래공창’의 원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중관계의 신기원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발제한 지앙엔팡 텐진사범대학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지금 직면한 여러 문제들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들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프리랜서 언론인 오오하시 켄지는 ‘동물생명과 식물생명, 그리고 우주생명으로’를 주제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고 불필요한 움직임과 욕망을 갖지 않은 채 자족(自足)하고 타자와의 공존을 심화시키며 대우주와의 공진(共振)을 도모하는 ‘식물적 신체, 생명’관을 동아시아 세계에 공통된 최선의 것 중 하나로서 현대의 동물문명 세계와 대치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날 오후부터 셋째 날 오전까지 이어진 젊은 세대의 한·중·일 대화에서는 미야자키 후미히코 지바대학 비상근강사 등 젊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한·중·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포럼을 시작하며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 땅이 열린 개천절을 맞아 뜻 깊은 행사가 열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가 동아시아 3국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교시 미래공창신문 발행인은 “미래공창신문과 동양일보는 함께 ‘철학하는 신문’으로 연대하고 좋은 미래를 창발개신(創發開新)하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미래를 지향하는 이 진솔한 대화가 출발점이 돼 발동될 동양 개신에 무한의 기대를 건다”고 밝혔다.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고 새로운 철학에는 새로운 어휘가 필요하다”며 “종래의 어휘로는 미처 그 문제를 담아낼 수 없어 새로운 말을 만들어야 하는 데 그것이 철학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에서 많은 새로운 어휘들이 생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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