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정부 한우값 안정 위해 실시한 암소 감축사업 여파
공급딸려 소비위축에도 가격하락 경미…송아지 입식농가도 고개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예상과 달리 산지 한우값 고공행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수요가 많은 추석명절 연휴가 끝나고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 고가의 한우 소비가 줄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4일 농협 축산정보센터가 지난달 말 기준 전국 가축시장 41곳의 한우 평균 거래가를 집계한 결과 암소 600㎏ 기준 가격은 599만4000원, 수소는 566만2000원으로 한 달 전 가격 585만1000원과 565만7000원을 각각 웃돌았다. 지난해 말 암소 566만원과 수소 540만8000원과 비교해도 각각 5.9%와 4.7%가 높다.

생후 6∼7개월 된 송아지도 암송아지 298만3000원, 수송아지 381만1000원으로 한 달 전 297만7000원, 385만3000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는 비육이나 번식용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뒤 가격 전망치를 반영한 시세가 형성된다. 산지 한우값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쇠고기 가격하락이 없다고 판단한 농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우값이 크게 오른 것에 대해 관련업계에선 공급 부족 때문으로 보았다.

지난 6월 전국의 한우 사육두수는 261만9000마리로 지난해 말 256만1000마리 보다 다소 늘었지만, 1년 전 265만3000마리와 2년 전 278만7000마리에는 못 미친다.

4년 전 정부에서 한우값 안정을 위해 시행한 암소 감축 사업 여파다.

한우값은 2012∼2013년 바닥을 쳤다. 당시 체중 600㎏ 나가는 큰소 값이 수소 343만8000∼388만8000원, 암소 348만7000∼361만원으로 지금의 송아지 값과 맞먹는다.

축산농가에서 소를 키워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하자 정부는 1마리에 30만∼50만원의 장려금을 주고 어미 소 도축을 추진했다. 이때 암소 10만마리가 사라지면서 현재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것.

한국 한우협회 관계자는 “당시 20마리 이하의 번식용 소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들이 도축사업에 참여했다”며 “이때 무너진 송아지 공급기반이 4년 넘는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에도 한우값이 꺾이지 않자 축산농가에선 다시 송아지 입식을 늘리는 분위기다.

애초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쇠고기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입식을 주저했던 축산 농가들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축산농가는 통상 2년 뒤 소값을 예측해 ‘밑소’라고 불리는 송아지를 들이는 데 김영란법의 여파가 우려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

관련업계에선 지금의 한우값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한우(육우 포함) 1등급(1㎏) 도매가격이 1만9543원으로 추석 성수기였던 지난달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추석 성수기가 지났고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데도 가격 하락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지난해 10월 같은 등급 도매가격은 1만8836원이었다.

다만 연구원은 “10∼11월 쇠고기 수입이 지난해보다 8% 늘어난 7만7000t에 달해 가격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헌구 충북 보은옥천영동축협 상무는 “사육두수가 적정량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소비가 다소 줄더라도 한우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 저항선 앞에서 고민하던 농민들이 다시 송아지를 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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