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민형

정류장

 

김민형

 

지나간 차를 잡기 위해

나는 오래도록 길 위에 서 있었다

간발, 그 사이로 차들이 지나쳤지만

타야 할 차는 오지 않았다

 

길가에는 작은 감들이 가지마다 가득했다

문득 나는 이미 커버린 감과

감이 매달린 가지를 생각했다

반쯤 떨구어내지 않으면,

생각이 종점에 이르는 동안

미련의 한 가지가 찢어지고 있었다

 

매미가 길게 울다 그친

늦여름 아침 한순간에

감나무 그늘이 좁아졌다

 

△시집 ‘길 위에서 묻는 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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