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種)이 서식할수록 우리가 사는 지구는 건강한 것이다. 어떤 임의의 종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인류가 살아가기에도 부적합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러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바로 지구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하나의 종(種)이 멸종한다는 것은 인류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적신호로 읽힌다.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황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 목록에 위기종(EN·endangered species)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이다. 가까운 미래에 전부 또는 일부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종이라는 말이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개체수는 불과 2500마리 이하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텃새였던 황새가 사라진 것은 1970년. 충북 음성에서 번식하던 개체가 희생 당한 이후 한국의 황새는 멸종됐다.
황새를 복원시키는 사업이 추진된 것은 1996년 7월 17일. 러시아에서 새끼 한 쌍을 기증받은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가 인공증식에 성공해 교원대에 50쌍,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에 68마리의 황새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황새복원의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야생방사였다. 이 또한 성과를 거둬 현재 14마리의 황새가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적신호가 켜졌다.
황새생태연구원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복원한 황새를 야생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방사한 황새 두 마리가 지난 8월 7일과 10월 1일 전신주에 감전돼 잇따라 폐사됐기 때문이다. 내년에 예산에서 네 마리를 자연으로 방사하려던 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1m가 넘는 성체가 전기 선로 간격이 40㎝에 불과한 우리의 전기 시설에서 살아 가는 것은 도처에 지뢰가 깔려 있는 DMZ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 개의 선로에 앉으면 이상이 없지만 두 개의 선로에 몸이 닿게 되면 고압전류에 감전돼 폐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기 선로를 모두 교체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일단 황새가 군집하여 서식하는 곳부터 점차 개선해 나간다면 딱히 해법이 없는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황새의 자연 방사에 성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북아에 있는 황새들과 교류해야 멸종을 피할 수 있다. 플로리다 퓨마가 대표적인 것으로, 다양한 개체와의 번식을 못하고 플로리다라는 한정된 지역 안에 있는 개체끼리 번식하게 돼 현재 100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
여기에 오염되지 않은 먹이가 많아야 하는데 이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 짓는 땅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법은 없다. 오염된 먹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황새의 자연 방사가 성급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건강하고 풍부한 우리의 환경이 밑바탕이 돼야 그 토대로 황새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황새가 살아갈 만한 환경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생태계와 환경이 건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라도 지자체간 협의와 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하나하나 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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