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정치경제부장)

▲ 경철수(정치경제부장)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KTX세종역 신설을 위한 용역발주가 이미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충청권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충북의 입장에선 세종역이 생기면 불과 15㎞거리에서 세종시 관문역 역할을 해오던 KTX오송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현실을 놓고 볼 때 KTX세종역 신설 얘기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 의원이 선거구민들과 약속한 선거공약이므로 어쩌면 예고됐던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정치9단’의 이 의원이 한국철도시설공단 국감자리를 빌려 KTX세종역 신설이 실무검토에 들어갔음을 공론화 하는 동안 충북도와 충북의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지난 9일 부랴부랴 청주의 한 식당에서 민·관·정협의체 위원 25명과 도종환·박덕흠·오제세·정우택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KTX세종역 설치는 세종시 탄생 때 이뤄진 충청권 합의 정신을 외면하고, 충청권 공조와 상생발전이란 큰 틀을 깨는 위험한 발상이다.
더욱이 충청권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충청권 합의 정신을 깨면서까지 이 의원이 KTX세종역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논리다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 택시비가 더 비싸고 세종은 물론 대전 서북부권 수요를 위해 세종역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표면적인 논리이고 그 이면엔 충청권 공조를 깨더라도 환황해권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야심이 심어져 있는 지도 모른다.
이 보다 앞서 이 의원은 세종역 관문도로로 당초 중부고속도로를 확장해 이용하기로 했던 것을 제2경부선 신설 쪽으로 이끌어내더니 이번엔 충북을 경유하지 않는 서울∼서세종IC 노선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단순 기우에 그치길 바라면서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세종시의 이번 KTX세종역 설치 타당성 용역 의뢰가 ‘KTX오송역의 세종 관문역으로서 효용성’ 용역이 함께 이뤄지지 못하고 일방적인 타당성 조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종시가 그간의 충청권 공조를 깨고 이렇게 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남 출신의 국회의원이 호남 출신의 지방자치단체장과 황해권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이런 우려 속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예상 답변처럼 실무검토를 거쳐 오는 12월말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토부와 협의해 추진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원론적 답변을 가장, 화답했다.
이제 충북도가 말끝마다 외친 영충호 시대 리더로서의 충북의 정치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민선6기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최근 지역 현안과 관련해 수많은 집토끼를 놓치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이번마저도 안심할 만한 대안을 내 놓지 못할 경우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편으론 오송역 개명을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면서 넉넉하지 못한 국고에 SOC(사회간접자본) 신규투자를 최소화 했던 정부의 정서를 환기시켜주는 등 다각적인 대응전략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한 때 이 같은 일을 예상해 오송역을 청주·세종역 등의 공동 명의로 개명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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