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워 더위 속 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까지 느낄 정도였다. 모든 생물은 자라는데 생육조건이 있어 거기에 맞춰서 태어나고 자라고 한다. 그중 벼라는 작물은 유난히도 높은 온도를 좋아하여 적산온도라 하여 벼가 일생동안 필요한 온도가 3600도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올해는 긴 여름 높은 온도 덕분에 적산온도 이상으로 벼가 생육하기에 좋은 여건이 되어 대풍이다.

그런데 왜 기뻐해야할 농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갈까? 왜 힘들게 농사지은 것을 갈아엎으며 시위를 할까? 쌀값 폭락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쌀값은 80kg에 13만5544원으로 20년 전인 96년 가격 13만6713원 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그동안 물가 상승률을 따진다면 20년 전에는 쌀 1가마로 한 달 용돈을 하고도 남았을 돈인데 올해는 허물없는 친구들 대, 여섯 명이 소주한잔 먹을 수 있는 정도니 쌀값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실감한다.

무엇이 문제 일까? 첫째로 쌀 소비가 점점 줄어 지난해 쌀 소비량이 국민1인당 년 63kg로, 80년도의132kg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왜 쌀 소비가 줄어들까?

우선 생활여건의 향상으로 식습관의 서구화되어 고기, 과일, 밀가루소비량은 느는데 비하여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든다. 또한 전에는 육체노동을 주로 하여 ‘뱃심으로 일한다’는 말과 같이 배가 든든해야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앉아서 하는 일이 많아지고, 모두가 시간에 쫓기다 보니 간단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 같다.

옛날 쌀이 부족하여 학교 다닐 때 점심시간이면 꼭 도시락검사를 하였으며 일반식당도 점검을 하여 보리등 잡곡 혼식을 강제하여 쌀 소비를 줄이는 때가 있었다. 그때도 부자집 친구들은 위에만 보리밥 얻고 밑에는 쌀밥만 싸오는 편법을 쓰곤 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다. 둘째로는 농사기술 발달로 쌀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비하여 소비가 줄어드니 당연히 재고가 늘어나 가격이 떨어진다.

7월말 현재 정부 보유 쌀 재고량이 175만t 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가 권장하는 적정재고량 80만t의 2배가 넘는다. 농협미곡종합처리장도 8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보다 6만t 많은 20만9000t이 쌓여있다. 세 번째로 세계무역기구(WTO) 합의에 따라 매년 40만t 가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므로 쌀 재고량 증가도 한 원인이다. 그럼 대책은 무엇일까?

정부에서도 쌀 소비촉진을 위해 쌀 국수, 쌀 케익, 쌀 막걸리등 개발에 힘쓰고 있으나 이미 익숙해진 우리 입맛 때문에 성과가 크게 나지 않는다. 또한 생산량을 줄이기 위하여 콩등 대체작물을 권장하여 심기도 했으나 콩 과잉생산이라는 부작용이 생기곤 하였다. 최근에는 근본적으로 생산면적을 줄이기 위하여 농업진흥지역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아는데 불과 30년 전에 ‘둘도 많다’라는 슬로건으로 산아제한을 하다 요즘에는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각종혜택을 주는 것을 보면, 농지 또한 쉽게 없앨 수 는 있지만 갑자기 늘일 수 는 없어 나중에 식량안보 차원에서 보면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논의 공익적기능인 저수기능, 공기정화 기능, 정서함양기능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기능이다.

또한 농업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보상을 위하여 논 면적에 따라 모두 보상해주는 고정지불금(평균100만원/ha), 일정한 기준금액(18만8000원/80kg 정곡) 밑으로 쌀값이 떨어질 경우에 85%를 지급하는 변동형직불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농업인들의 입장에는 생산비에도 못 미친다고 아우성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쌀 소비가 우선으로 자라나는 어린들에게 밥이 일상화, 습관화되도록 기르키고, 아침밥 먹기 등 쌀 소비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기능성 쌀을 개발하여 쌀 가공식품을 다양화(과자, 케익, 국수, 술등)하여 소비를 늘여야겠다. 고품질 쌀을 개발하여 선진국등에 수출과 양식이 부족한 후진국에 원조 등을 통하여 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겠다. 이젠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이하여 바람에 일렁이는 누렇게 익은 황금들판이 우리들의 안구정화를 해주듯이 농업인들에게는 그동안 흘린 피와 땀이 시원하게 씻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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