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몽골 연구팀 "키 165cm 여성, 황족의 계모일 수도"

한국과 몽골 공동연구팀이 몽골에서 발견된 고인골(古人骨)이 칭기즈칸의 후손이라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고인골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칭기즈칸의 부계 기원이 그동안 알려졌던 것처럼 동북아시아가 아닌, 서유라시아 유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중앙대 이광호 교수 연구팀이 몽골 동부 '타반 톨고이' 지역에서 발굴된 5체의 고인골에 대한 고고인류학적 분석과 DNA 판독을 통해 12∼13세기 몽골시대 황족의 일원일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존 몽골 여왕으로 추정되는 여성과 함께 발견된 다른 여성 역시 황족의 일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타반 톨고이의 고인골 무덤에서 발굴된 부장품들

2004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650㎞ 떨어진 타반 톨고이에서 7체의 고인골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황족이 사용하는 용문양이 새겨진 말안장 등 부장품이 발견된 여성 고인골은 당시 발굴단에 의해 '몽골 여왕'으로 불렸다.

연구팀은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절대연대를 분석해 이 몽골 여왕을 포함한 5체의 고인골이 칭기즈칸 생존 시기와 일치하는 12∼13세기에 생존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무덤 양식과 내부구조, 부장품의 양과 질 등으로 미뤄 칭기즈칸 생존 전후의 몽골 황족(황금씨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연구팀이 남성 3체와 여성 1체의 모계 하플로타입(선조를 공유하는 유사한 단상형 유전자)을 분석한 결과, 극동아시아 집단에서 주로 관찰되는 'D4 하플로타입'으로 나타났다.

남은 여성 1체는 이들과 하플로타입이 달라 생물학적으로 관련성이 없었음에도 무덤에서 칭기즈칸 황족의 상징인 매 문양이 새겨진 황금반지가 발견됐다.'

게다가 이 여성의 무덤과 다른 무덤의 거리가 6m 정도로 가깝고, 남성들의 무덤을 발밑에 두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의 '계모(step mother)'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여성은 키 165.6cm, 몸무게 78.1kg 정도로 당시 몽골 여성들의 평균 신장보다 10cm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고인골 3체의 Y염색체에 나타난 DNA 분석결과, 영국 등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분포하는 'R1b' 유형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타반 톨고이에서 발견된 남성 고인골의 부계 기원이 모두 같음은 물론, 한 아버지의 자손이라는 뜻이다.

기존에는 칭기즈칸의 부계 기원이 동북아시아(C3c)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서유라시아 유형(R1b)일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이들과 동일한 R1b 그룹을 가진 현대인은 러시아 칼미크인, 중국 회족, 우즈베크인, 타지크인 등이다.

이는 칭기즈칸의 자손들이 과거 칭기즈칸의 아들과 손자들이 지배했던 황금군단(러시아), 차가타이 칸국(중앙아시아), 원나라(중국) 등지에 분포돼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또 이들의 모계 하플로타입인 D4 하플로타입과 가장 유사한 현대인은 일본, 중국, 몽골 등으로 모계 후손들은 주로 동북아시아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호 교수는 "2004년 몽골에서 발견된 고인골에 대한 계보학적, 역사학적, 분자고고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처음으로 칭기즈칸 가계에 대한 단서를 밝힐 연구결과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몽골국립대학 고고인류학과 투멘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5∼6년 동안 진행됐다. 연구 성과는 권위 있는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지난달 14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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