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미현

징그러운, 안녕

 

안미현

 

버린다.

꽁꽁 싸매 이사를 몇 번 하도록

셀 수 없이 많은 봄이 왔다 가도록

시들지 않도록, 썩지 않도록

냉장에 넣었다

냉동에 넣었다, 했던

곰팡이 핀 가루를 버린다.

 

몇 겹씩 싸여진 그것이

무엇의 가루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징그럽다는 것

징글징글해서

한 톨 미련마저 없어진

 

내 눈물의 가루였건

목마른 영혼의 가루였건

덧없는 시간의 가루였건

 

이젠

안녕이다.

 

△월간 ‘문학세계’ 시 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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