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종우

시가 쓰고 싶은 저녁

 

김종우

 

설거지 하는 주방 창문에 어린

산속 암자의 불빛

아. 미. 타. 불. 반짝인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말씀이냐고

시가 쓰고 싶어지는 저녁

밥 한 그릇 씩 잘 모신 식구들이

오이 향내 가득한 밥상을 물린 시간

산사엔,

바구도 저녁 공양을 마치고

면벽수행에 들었을라나

 

달. 그. 락. 달. 그. 락.

멀고 먼 밥의 길에 발목을 묻고 있는 내가

저문 밥의 말씀을 말갛게 헹구고 있다.

밥에 대고 절하다 무릎이 닳아버린 시가

통풍을 앓는 저녁

밥그릇 잘 씻어 덮어놓고 오늘은

산속의 그대 쪽으로 맑은 등 하나 걸어봐야지.

 

△‘풍경’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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