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창사 25주년에

동양일보가 창립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사람 살이’와 ‘신문 살이’란 것이 어찌보면 퍽 닮은 구석도 많아, 구비구비마다 희노애락의 편린들이 숨겨져 있는 우리네 인생처럼 한 신문의 역사에도 흥망성쇄의 굴곡들이 곳곳에 담겨져 있기 마련입니다. 그 역사의 조각들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라도 있으랴만, 그러나 우리는 기쁨의 순간보다 아픔의 흔적을 되짚으며 보다 더 새롭고 보다 더 성숙된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 땅의 푸른 깃발’을 기치로 1991년 10월 12일 창사한 동양일보는 그해 12월 29일 창간호 28면을 조간으로 발행했습니다.
사반세기의 세월이 흐르면서 청년으로 성장한 동양일보는 이제 진짜 ‘이 땅의 푸른 깃발’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하여’ 제작 정신으로 신문이 지닌 기능과 역할에 ‘역설’을 들이대는 신선함으로 출발한 동양일보는 그동안 참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신문의 역설이 성공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닌 가치에 주목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기초를 두고 신문제작에 임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25년 켜켜이 쌓인 세월과 연륜의 두께만큼 동양일보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일구어 왔습니다. 충청권 지역주민들과 늘 함께이고자 했던 동양일보는 지역 일간지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되돌아 보며 반성하고, 역사의 시간을 반추하며 옷깃 여며야 하는 대목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지향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이정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사회,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보듬어 ‘아름다운 동행’을 실현하는 사회, 올바르고 정의로운 가치가 정착되는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론직필의 정신으로, 아름다운 화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옷을 꿰매는 장인의 자세로 늘 매진해 왔습니다. 동양일보는 그렇듯 늘 역사의 중심에 서서 환희와 기쁨과 행복을 전파하고 좌절과 절망과 아픔을 보듬고자 했습니다.
미답(未踏)의 길을 가는 선구자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처음인 것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던 길 멈추고 되돌아서야 할까, 많은 번민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동양일보는 우직한 소의 행보처럼 꿋꿋이 그 길을 걷고자 했습니다. 그 길에는 늘 아름답고 고운 비단길이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금융환란에 쓰러져 사활의 기로에 서 있기도 했고, 유명을 달리한 기자들의 절절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일보는 사활의 기로에서 정공법을 택했고, 가슴 아픈 사연은 새로운 힘의 원천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자 했던 임직원들의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다독임이 있었기에 우리는 미답의 길을 당당하게 헤쳐나갔습니다.
쓰러질지언정 무릎을 꿇지는 않겠다는 옹골찬 마음과 결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견디고,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지평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해 준 것은 바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과 사랑이었습니다. 그 사랑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1991년 10월 12일, 바로 25년전 오늘 동양일보는 첫 걸음마를 뗐습니다. 그리고 그해가 저물어가던 12월 29일 동양일보는 한국 최초의 CTS 제작방식으로 창간호를 독자들 품으로 보냈습니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동양일보는 창대한 미래를 열기 위해 앞으로도 늘 정진할 것입니다.
1996년 지방지로는 유일하게 ABC 인증을 받았고, 월드비전과 함께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사랑의 점심나누기’는 현재까지 해를 거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돼 어려운 이웃들에게 단비와 같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랑의 점심나누기 후원금으로 동양일보는 에티오피아 방문단을 구성해 그곳에 학교를 세워 미래의 인재를 양성해 오고 있습니다. 에피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용사들을 보내온 나라였습니다. 그 고마움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1993년 5월 2일 처음으로 연 만물박사 선발대회는 지금까지 그 명성이 더해져 대회 때마다 충북 도내 각 초등학교에서 선발된 3000여명의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며 학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만물박사에서 수상한 인원만도 또한 3000여명에 달합니다.
문화기획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탐사’는 충청권 지역민들에게 힐링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고 2000년부터는 충북도 순회 명사 시낭송을 시작하여 가을을 촉촉히 젖어드는 문학의 향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2010년 ABC로부터 충청권 최고 발행부수를 인증받은 동양일보는 2011년 2월 창사 20주년을 맞아 각 지역 기획위원회를 구성, 발족했습니다. 충북 도내 도처에 있는 동양일보 기획위원들은 다양하고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동양일보의 발전을 위해 고언을 마다하지 않으며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해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1회 우리말글 겨루기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충청권에서 처음으로 가로쓰기를 시도한 동양일보는 우리의 말과 글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습니다. 동양일보 제호가 훈민정음체로, 최초의 한글 금속활자본인 월인천강지곡(1447년)에서 집자(集字)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포석 조명희 문학제와 거북이마라톤대회, 동양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역 문화 발전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가야할 길이 멉니다. 그러나 급한 발걸음은 경계하겠습니다.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올곧은 행보를 보이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독자여러분이 보내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최선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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