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결정하세요. 자백할 건지 말 건지. 참고로 아내를 교살했다는 거 인정해야 제가 맡아요. 부인하는 사건은 아주 골치 아프니까. 자백하면 7년 부인하면 20년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면 제가 법정까지 동반해드리죠."

 서초동 법조타운을 주름잡는 법률사무소 여사무장 차금주(최지우 분)의 말이다.

 법대 졸업 후 사법고시를 다섯 번 보고 시험 공포증 때문에 떨어졌지만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 변호사 자격증만 없다뿐이지 변호사보다 수완이 좋고 몸값도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나가던 차금주의 인생은 우연히 노숙소녀 살인미수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한 소년의 변호를 맡으면서 꼬인다. 위증교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그녀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이혼까지 당한다.

 교도소 감방으로 향하는 그녀의 독백처럼 "좀 잘 나간다고 까불어선 안 된다"는 인생의 원칙을 어긴 결과다.

▲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이야기는 바닥으로 추락한 차금주가 그녀 못지않게 겁 없이 잘 나가다 강간미수로 고소를 당하면서 위기에 처한 파파라치 언론사 대표 함복거(주진모)와 한배를 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따끈한 로맨스에 법정 공방, 정·재계, 연예계, 파파라치 언론사 등 온갖 재밋거리가 양념으로 곁들여져 있다.

 "여러분들은 뭐다. (파파라치?) 오징어! 땅콩! 쥐포! 불륜 스캔들, 저게 신선합니까. 사람들은 내 남편이 할 것 같은 짓을 궁금해하는 게 아니에요. 마음 편히 물고 뜯고 씹을 걸 제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MSG(인공조미료) 팍팍 쳐서. 파파라치 언론이라는 게 오늘 술자리에서 누굴 씹을지 그걸 전 국민에게 알려주는 안주 제조업자 아니겠어요."
 검사를 하다 말고 파파라치 언론사 '케이팩트'를 차린 함복거의 말은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추구하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청순가련하거나 순진한 이미지가 강해 안 어울릴 것 같던 최지우의 배짱 두둑한 여사무장 연기는 예상을 깨는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주진모가 연기하는 적당히 타락한 듯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파파라치 언론인도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드라마는 전개가 빠르면서도 뻔한 로맨스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미스터리를 동반하는 법정극과 기타 신선한 소재들의 적절한 안배가 촘촘한 재미를 더한다.

 덕분에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지난달 26일 첫회가 전국 시청률 6.9%로 출발했으나 2회 8.4%, 3회 7.9%, 4회 8.6%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경쟁작 중 20% 전후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는 못 미치지만, SBS TV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벌써 따돌리고 월화극 2위 자리를 꿰찼다.

 11일 CJ E&M과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10월 마지막주(9월26일~10월2일) 콘텐츠영향력지수(CPI) 순위에서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CPI 지수 237.1로 6위를 기록하며 순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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