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영범

일지반해一指半解

 

김영범

 

아파트 관리실 옆으로 자목련 한 그루 서 있었어요.

처음 이사 올 때만해도 앙상한 가지 빛바랜 담처럼 서 있더니

짙은 황사 지나고 비 몇 번 내린 뒤 꽃망울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꽃망울 점점 커져 아기 머리통 만하게 됐는데

무심히 봄이 왔구나 생각했지요.

봄이 오면 꽃 피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요.

어느 밤 베란다 창을 열고 내려다보는데

자목련 연등, 하늘 향해 합장하고 있는 거예요.

희디흰 속살로 배설하기에만 급급한 작은 구멍들을 환희 비추고 있는 거예요.

연꽃을 닮아 목련이 되었다지만

내 있는 곳이

연화대좌인 줄 모르고 살았어요.

 

밤마다 쓰고 지운 말들 참 불경不經스러운 봄, 밤이에요.

 

△충북 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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