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장문석

사랑니

 

장문석

 

도토리도 주울 만큼 주웠고

꾀꼬리 노래도 들을 만큼 들었고

민들레 쓴 즙도 맛볼 만큼 맛보았는데

 

저무는 고갯길, 그 마지막 굽이에

은밀히 매복해 있던!

 

단칼에 베어 버리라 하는데

자칫 화원을 망칠 수도 있으니

단숨에 짓치고 들어가

아예 뿌리째 뽑아 버리라 하는데

 

못 들은 척 뒤꼍으로 간다

간만에 찌릿, 뼛속까지 찔러오는

달콤한 이 통증, 장독대에 앉아

양귀비 짓찧어 이마에 붙인다

 

나, 조금만 더 아파하면 안 되겠니?

 

△시집 ‘아주 오래된 흔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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