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화 시장 규모는 세계 7위다.

할리우드 영화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개봉에 앞서 한국 관객들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 관객들이 유독 큰 사랑을 보여준 할리우드 영화도 많다. 이런 영화들은 한국에서의 인기가 영화 전체 수익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북미를 제외하고 전 세계 75개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달 9일 기준으로 이 영화의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수익은 1억3000만 달러(이달 9일 기준)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1천459만 달러로, 15%에 이른다.

한국에서 팀 버튼 감독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데다 다양하고 신선한 캐릭터, 판타지의 조화 등 영화 자체의 매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요인이 이 영화의 수익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이달 초 개천절 연휴가 끼면서 극장 관객 수가 전체적으로 늘어난 데다, 최고 화제작이던 한국영화 ‘아수라’가 예상 밖 흥행 저조를 보이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도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은 영화 중 하나다. 이병헌이 영화 속 황야의 7인 중 한 명으로 등장한 점이 국내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 만했다. 이 영화는 해외 수익 가운데 가장 많은 687만 달러를 한국에서 가져갔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인턴’도 전 세계 개봉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마음이 따뜻한 힐링 영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턴 신드롬‘까지 불었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한국 관객에게 SNS로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했을 정도다.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도 한국 관객들은 애정을 쏟는다.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1050만 명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국내 개봉한 역대 외국영화 가운데 ‘아바타’에 이어 흥행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덕에 한국에서 거둔 수익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 영화의 일부가 서울 도심에서 촬영된 데다, 극 중 닥터 조를 연기한 수현이 한국인으로 등장하는 등 처음부터 한국팬들을 위한 흥행 요소들을 심어놓은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미국 만화계의 양대 산맥인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 영화 가운데 마블 영화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아이언맨3’(2013)와 ‘캡틴 아메리카:시빌워’(2016), ‘어벤져스’(2012)는 각각 국내 외화 흥행 순위 5위와 6위, 11위에 올라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마블 캐릭터들이 강력한 파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유머러스한 모습까지 갖춰 한국 관객들에게 더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며 “특히 한국 촬영 등 끊임없이 이슈를 만든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는 국내에서 역대 외화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한 영화다.

2시간 49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에도 1000만 명이 관람했다. 상대성이론과 웜홀 등 난해한 용어가 등장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는 흥행도 어렵다’는 공식을 깨고 1000만 고지 넘었고 재관람 열풍까지 불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과학교육 수준이 높아 영화를 더 잘 받아들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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