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진명

바위

 

정진명

 

어떤 정신의 잇몸이 박혀있기에

저리도 단단하나?

개울 복판에 돋은 바위부리 하나.

 

밀려드는 홍수의 하복부에 칼을 들이밀어

미처 거둬가지 못한 내장을 붕대처럼 꿰어 걸고

한층 낮아진 물 위로 고개를 내민다.

 

물살이 바닥을 파헤칠수록

점점 더 넓고 크게 드러나는 부리.

 

시간의 물살이 거칠고 거세게 충혈될수록

감춰진 몸통을 더더욱 드러내며, 천 년 뒤

마침내 물길마저 바꿔놓으리라.

 

바위가 말을 한다.

흐르는 물소리를 숨결 삼아

어떤 우람한 정신이 입을 연다.

 

△시집 ‘정신의 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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