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얼마 전 전북 전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두 살배기 어린이가 후진하던 대형 견인차에 치여 골반뼈가 크게 골절되는 중증외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어린이는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수술실이 없다는 이유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고 전국의 중증외상센터 2곳을 포함해 무려 13곳의 병원에서도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당했다. 또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해야 할 구급헬기 운영에도 문제가 많았다. 기장과 부기장, 응급구조사 등 헬기 탑승 정원이 4명이어야 구급헬기를 띄울 수 있지만 야간당직자는 1명뿐이었고 이송해야할 곳의 지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어린이는 무려 사고 발생 8시간 동안이나 고통을 호소하다 경기도 수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으나 너무 오래 방치된 탓에 결국 숨지고 말았다. 이는 중증외상센터와 응급의료센터, 후송체계 모두 엉터리로 운영된 결과다.

특히 이번 어린이와 같은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2012년 도입된 외상센터는 전국에 9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충북을 포함해 6곳이 준비 중에 있다. 한 곳당 시설·장비비만 80억원, 15년간 매년 7억~27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외상센터는 닥터헬기(6대)를 포함해 2720억원이나 투입되고 있다.

현재 충북대병원 내에 증축·신축공사중인 응급의료센터와 중증외상센터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다. 두 센터 모두 시급을 다투는 응급중증환자를 치료해야 할 곳이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병원 진입로로 인해 자칫 차가 막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충북대병원에 외래환자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길게 늘어선 차량들로 인해 구급차량의 발이 묶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더욱이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한 의생명진료연구동 건립이 추진될 경우 공사기간 중 진·출입로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충북대병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주시와 새 진입로 개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교통영향평가와 현행 법규에 부합되는 문제들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서도 진입로에 막혀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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