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 <청주우체국장>

내가 청주우체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79년 3월 초봄이었다.

물오른 버들강아지처럼 윤기 나고 파릇파릇한 마음으로 첫 직장에 대한 원대한 꿈과 포부로 빛났던 청년기를 청주우체국에서 시작하였다.

성안골에 있었던 청주우체국은 1898년 청주우체지사로 개설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118년 동안 청주시민이면 누구나 만남의 장소로 기억되는 장소이고 또한 청주를 대표하는 지역명소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고향과 같이, 또 이웃과 같이 언제나 정답고 그립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런 전통 있는 청주우체국에서 사회 초년병 시절을 보내며 좋은 직장문화를 배우고 익혔다는 것에 항상 자부심이 있었고 지금까지 건강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5년간의 청주우체국 근무를 마치고 우정청, 체신부,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 중앙부서에서 일하는 수십 년 동안에도 청주우체국과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청주우체국장이 되기를 꿈꾸며 그 꿈을 이루고자 열정적이고 역동적으로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

청주우체국은 청사 노후로 인한 안전문제, 교통 혼잡 및 고객주차 불편, 협소한 작업 공간 등으로 이전에 대한 필요성이 오랫동안 회자되던 차에 드디어 2010년 청주우체국 이전 계획이 수립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품어왔던 청주우체국에 대한 나의 애정이 빛을 발하여 이전계획 단계부터 참여하여 같은 해인 2010년에 율량동 신청사 부지 매입의 성과를 낸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 후로 2013년 설계착수, 2014년 착공, 2016년 완공에 이르기 전까지 창원, 동천안, 서청주우체국에서 총괄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업에 맞는 효율적인 청사 구축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청주우체국에 대한애정과 관심은 결실을 맺어가며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2016년 7월 청주우체국이 성안동 시대를 뒤로하고 현재 율량동 청사로 이전하기까지 곳곳에 나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30년 만에 청주우체국장으로 부임하는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했다.

꿈에 그리던 청주우체국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청사신축 이전행사를 성황리에 마치고, 율량동에서의 첫 청주우체국장으로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중 이웃주민과 가장 가깝고 정다운 우체국, 지역특화상품 발굴 판매 등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앞장서는 우체국,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펼치는 나눔의 우체국으로서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또한 118년 전통의 유서 깊은 청주우체국 수장이 된데 남다른 감회가 있기에 ‘약속의 장소’이자 ‘만남의 장소’였던 청주우체국을 기념하는 ‘청주우체국 기록관’을 성안동우체국(옛 청주우체국) 1층에 마련하고 사연공모전 등을 통하여 우체국에 대한 추억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바람이다.

수 백 년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 간다는 것은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부합하기 어렵고, 세대 간 조화를 이뤄내기도 어렵다.

하지만 뿌리가 깊은 나무는 힘든 시련을 이겨내고 풍성한 열매를 맺어 함께 나누기 때문에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청주우체국의 정과 나눔의 따뜻한 조직문화를 계승함은 물론이거니와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청주시민과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청주우체국 전 직원과 함께 뛸 것이다.

앞으로 청주지역을 대표하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도록 우체국의 역할 정립과 실천에 최선을 다한다면 청주우체국장이 되고자 했던 30년 나의 꿈이 이루어졌듯이 율량동 시대의 첫 수장으로서 펼쳐나갈 새로운 꿈도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오늘 하루도 쉼 없는 도전과 열정이 함께하는 청주우체국에서 행복하고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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