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지마 기신 일본 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 인터뷰

▲ 기타지마 기신 일본 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 <사진/최지현>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단지 정치가에게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시민의 일입니다. 상호 간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인식하고 문화를 통해 토대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대화해 나가야 합니다.”

23일 청주를 방문한 기타지마 기신(73·사진) 일본 욧카이치(四日市)대학 명예교수는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유성종 동양포럼 운영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이 제안했다.

지난 18일 6박7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타지마 기신 교수는 19일 원광대 종교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이 대학을 방문해 ‘토착적 근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20일에는 전남 진도에서 ‘진도 동학농민혁명의 동아시아적 의미와 그 위상’을 주제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그는 대학 교수이면서 일본 불교의 종파 중 하나인 정토진종의 승려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다. 14년간 정토진종 계열의 정천사 주지로 있었던 그는 최근 은퇴를 하고 연구와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 주된 연구와 실천 주제는 종교를 통한 평화 실현이다. 그 일환으로 일본 토미다 지역에서 60여년 전 소멸된 민속행사인 ‘무시오쿠리’를 부활시켰다. 벼에 해를 끼치는 벌레를 횃불로 쫓으며 풍작을 기원하는 이 행사를 올해로 9년째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아시아의 공생과 평화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종교잡지 ‘리라’를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기타지마 기신 교수는 “무시오쿠리라고 하는 토착문화의 부활은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다”라며 “무시오쿠리 행사에 담긴 지역주민의 공생과 상호이해 사상을 축으로 1960년 이후의 고도경제성장에서부터 지속되고 있는 지역공동체 파괴와 인간 파괴에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2년 원광대 종교문화연구소에서 주최한 학술회의 참석 차 한국을 찾으면서부터다. 당시 동학 연구의 권위자인 박맹수 원광대 교수로부터 처음 동학사상을 접하고 커다란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명량’을 한국의 민중사상사적 시각에서 분석한 ‘명량의 매력과 현대적 의의’를 일본의 한 잡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기타지마 기신 교수는 “명량의 마지막 장면에 ‘천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늘과 민중의 공동 노력에 의해 왜적을 물리친다는 부분에서 동학의 한울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며 “민중의 바람에 반하는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었던 이순신 장군의 ‘충(忠)’에 대한 생각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이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방안으로 ‘대화’를 제시했다. 상호 간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삼국이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선생님들이 공통의 역사교과서를 만들었고 두 나라 학자들이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해 상호 교류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와 같은 자리를 통해 서로 간의 이해가 깊어지고 인간성을 회복하면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기타지마 기신 교수는 오사카외국어대학에서 힌두어, 오사카시립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욧카이치대학 환경정보학부 환경정보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흑인연구학회 전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지역문화학회 부이사장, 정천사 국제종교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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