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미현

여행

 

안미현

 

어쩌자고

하나씩 다 벗어버리는 거니

그래도 주요 부위는 가려야 하지 않을까

벙어리 장갑이라도 좀 끼워 줄까

손가락이 얼면 손톱 같은 새순이 안 나오잖니

여우털 귀마개도 하나 해야지

야들야들한 귀숨으로

땅 속 봄이 물 짚는 소리

제일 먼저 들어야 하지 않겠니

 

이리 둘둘 말고도 옆구리가 시린 늦가을

한 점 한 점 비늘을 털어내는 은행나무

목 깊은 노란 장화를 신고

겨울로 가는 순례를 시작하는

너의 누드가 예술이다

 

△‘새로운 감성과 지성’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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