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반짝이는 새싹을 신비롭게 바라보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구나! 라며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기억이 엇 그제 같은데, 창밖으로 보이던 그 여린 연녹색 새싹들이 어느새 울긋불긋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을이 지나고 있음을 알리고, 아침 햇살은 살금살금 거실 안쪽으로 파고들어 문지방까지 걸쳐 가을의 기다란 햇살은 점점 늘어진다.

출근길 아침 바람 또한 서늘한 바람에 걷기 알맞은 아침을 보면 가을은 벌서 발밑을 지나쳐 저 만치 지나는 것이 실감한다. 세월은 왜 그리도 빠른지 40대는 40Km로 50대는 50Km로 60대는 60Km로 달린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말 같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화려함이라면 가을은 한해를 마감하고 한해를 뒤돌아보는 우리를 움츠리게 하는 찬바람이 부는 사색의 계절이라서 그런가?

아침에 구름이 잔뜩 끼고 빗방울마저 한 방울씩 떨어져 오늘 산행 겸 직원화합행사를 망치는구나, 애기까지 데리고 온 여직원도 있는데 어쩌나 하고 낙담을 하는데 다행히도 비가 그쳐 출발했다. 애기는 차 주변에서 놀다 여차하면 차로 들어가라 하고 우리들끼리 산행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초평저수지 입구에 있는 붕어마을에서 두타산 삼형제 바위까지, 초보산행 직원들을 감안하여 두 시간 이내로 산행계획을 잡아 출발했다. 다행히도 구름이 금방 걷혀 산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어졌다. 가급적이면 끼리끼리 몰려가지 말고, 한 번에 같이 걸어가며 이런저런 사무실이야기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하찮은 소재라도 다 같이 공유하며 걷자고 하였다. 산을 처음 와본다는 새내기 여직원조차도 오늘 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좋다고 하며, ‘다음에 또 가요’ 하여 기분을 한껏 돋구었다.

가는 곳곳에 쌓아놓은 돌탑들, 누가 왜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돌 하나하나를 쌓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쌓았을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돌을 한 개 한 개 정성껏 쌓았기에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세월의 잔재물인 이끼만 잔뜩 끼었을까, 누군가의 수고가 많은 이들에게는 기쁨을 제공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작은 돌 하나를 주워 돌탑위에 보탠다. 돌탑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남기기도 하며 주변의 단풍과 맑은 공기를 마셨다, 드디어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삼형제 바위에 오르니 예전엔 없던 전망대까지 설치되어 멀리 까지 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바람을 차가 왔지만 주변이 환히 멀리까지 보인다. 어느새 단풍은 온 산을 다 덮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다. 멀리 바라보니 왼쪽으로는 증평, 오른쪽으로는 오창, 그 뒤쪽으로 청주 지웰시티 아파트까지 보인다. 차로 한참을 달려 온 것 같은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모두가 손바닥 안 같이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이나 부처님께서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리 인간들의 삶을 가르치고 계신 걸까?

바람이 잔잔한 바위위에서 싸가지고 간 간식을 차렸다. 족발에 소주, 과일 등. 힘든 산행덕분일까, 아님 분위기 탓일까, 소주 맛이 시원 달달하다. 여직원들까지 마다하지 않고 한잔씩하며 맑은 공기를 한 아름 마시고 사무실에서 하기 힘든 많은 애기를 나누고 장난도 치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술 한잔 탓에 미끄러운 낚엽을 조심조심 밟으며 내려와 예약한 식당을 찾았다. 오늘 메뉴는 초평저수지 특산물인 붕어찜. 모두들 맛있게 먹으며 하루를 즐겼다. 마침 인사이동으로 가는 사람, 오는 사람 환송별회를 겸하여 서로를 축하해주며 얼큰하게 취하였다. 커피를 한잔씩 들고 벤치에 앉아 오늘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오늘 행사 목적이 직원들 간 화합과 체력단련, 자연을 만끽 하는 건데 얼마나 성과는 있었는지, 나름대로 직원들 모두가 만족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 좋은 하루였다. 황금같은 일요일에 직원들 나름대로 개인사정이 있을 텐데도 불만하지 않고 동참해준 직원들에게 고맙고, 직원들 간 서로서로에 대하여 많은 것은 소통한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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