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천호

실밥 한 올

 

박천호

 

아침 출근길

후즐근한 양복 따라 온

자그마한 실밥 한 올

그럴듯한 족보나

든든한 배경도 없는

미천한 발자국 따라 온

이 놈의 속셈은 무엇일까

단추 구멍 감싼 인연에

올올이 새긴 미련쯤이야

툭 털어 뿌리칠 만도 한데

내저을수록 칭칭 조여 오는

실밥 한 올의 굴레

보잘것없는 내게

무슨 미련이라도 남은 것일까

매끈한 온기로 부르던 노래는

이미 식은 지 오래인데

 

△시집 ‘강아지풀을 뜯으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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