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미 그린 달빛’ 흥행 주역 박보검

‘바른 청년’이미지서 ‘철없는 왕세자’ 변신

첫 사극 자꾸 흔들려… 송중기에 조언 받아

‘응팔’이어 흥행 2연타… 축복 같은 작품

이런 큰 사랑받아도 되나 고맙고 감사해

‘왕관 무게’ 버티는 이영의 삶 외롭고 쓸쓸

종영 직후 든 느낌? 큰 산 넘은 기분

이 작품은 더욱 나를 채찍질 하는 계기

삶·연기 모두 정직·지혜롭게 임할 것

 

(연합뉴스)KBS 2TV 청춘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막을 내렸지만, 주연 배우 박보검의 인기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보검은 조선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에서 모티브를 딴 왕세자 이영을 연기해 올가을 여심을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박보검이 장르’ ‘박보검이 줄거리’라는 이야기까지 장안에 떠돌 정도로 이 드라마의 성공은 박보검에게 큰 빚을 졌다.

올해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이어 대흥행 2연타의 주인공이 된 박보검(23)을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보검은 “이제 하늘의 달만 봐도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오를 것 같다”면서 “제게 축복 같은 작품”이라는 말로 각별함을 표했다.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현장이었어요. 한 장면, 한 장면을 포착해도 예쁜 화보처럼 남을 수 있는 귀한 작품이기도 했어요. 이영도 지금껏 봐왔던 왕세자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고요.”

쭞 “처음엔 자신감 없어 흔들려…송중기 격려 도움”

2011년 영화로 데뷔한 박보검의 사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보검은 “처음에는 연기하면 할수록 저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면서 “자신감이 없고 자꾸 흔들렸다”고 털어놓았다.

이미 사극을 여러 차례 경험한 홍라온 역의 김유정과 함께 첫 대본 연습에 나섰을 때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

특히 초반부 이영이 천둥벌거숭이 왕세자로 그려진 점도 ‘바른 청년’ 박보검이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길을 잃고 헤매던 박보검은 제작진과 계속 상의하면서 연습을 거듭했다.

박보검은 “어색했지만, 제 안에 있는 걸 꺼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었다”고 돌이켰다. 당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박보검에게 “자신감을 갖고 힘내서 하라”고 응원한 같은 소속사 선배 송중기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종영 직후 “큰 산을 넘은 기분”이라고 고백한 박보검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면서 나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쭞 “왕세자로 산다는 건 외롭고 쓸쓸한 삶”

철없던 왕세자는 사대부들에 휘둘리는 유약한 아버지와 백성, 사랑하는 여인 홍라온을 지키고자 분투하면서 진정한 군주로 성장한다.

극 중 이영의 대사처럼 “세상에서 가장 높고 좁은 우물”에서 왕세자로 살았던 느낌이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인터뷰 내내 웃던 박보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외롭고 쓸쓸한 삶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영이라는 친구에게 아버지, 숙의 마마, 공주를 제외하고는 궁궐 내 모두가 적이잖아요. 의지할 사람은 장 내관과 병연이밖에 없고요. 외로움과 함께 자신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 책임감도 컸어요.”

자신보다 어리거나 또래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박보검도 극을 이끄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박보검은 “처음에 제가 먼저 캐스팅됐을 때는 혼자 배에 탄 기분이라 은근히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나중에 김유정과 곽동연, 진영까지 모두 캐스팅되고 나니 서로 의지하면서 손잡고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더라”고 전했다.

“정말 큰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 더 저 자신을 많이 채찍질하게 됐어요. 연기적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데도 좀 더 정직하고 지혜롭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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