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 교수)

▲ 신기원(신성대 교수)

 최근 박근혜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인연 및 국정관여 의혹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과연 ‘그 끝이 어디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해도 너무 했다’는 불만에 이어 ‘이건 정말 나라도 아니다’라는 자조 섞인 언급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이른바 ‘최순실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 느낌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지도자를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증거와 풍문을 가려내서 사실과 허구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업적과 실책의 크기와 무게를 공정하게 재야한다. 지도자의 경우에는 사생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공적인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경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의 스캔들」(Washington Babylon, 조선일보사, 1992)에 따르면 ‘스캔들’이란 ‘대중에 알려질 경우 관련된 정치인이 불신을 받을 수 있는 도덕적인 곤경이나 행동, 사건 등’을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사생활에서나 공적인 생활에서 예외 없이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역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대통령의 경우 아내 말고도 두 여인과 사랑을 나눴으며 그 중 하나는 백악관에서 함께 산 괴상망측한 생활을 하였다. 업적보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동화의 주인공으로 비유되는 케네디대통령도 금발의 슈퍼스타 마릴린 먼로, 악명높은 암흑가의 거물 샘 지앙카나의 정부 주디스 캠벨 등 숱한 여성들과 ‘위험한 장난’이나 ‘무모한 모험’을 하였다. 미국의 21세기를 연 ‘능숙하고 매력적인 악동’으로 일컬어지는 클린턴대통령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퍼게이트’라는 구체적인 사건으로 재임 중 탄핵사태를 초래하는 등 사생활문제로 고통을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대통령직을 고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 내에서 두 가지 무언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미국의 경우 나라가 전쟁을 치르거나 재정위기에 처했을 때 그리고 이런 저런 위협에 직면했을 때 언론은 대통령관련 스캔들을 파헤치기보다는 애국적인 성향을 띠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인들은 솔직한 것을 좋아하고 사과를 잘 받아들이지만 부인과 은폐는 몹시 싫어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언제나 그 시대의 최고의 인물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대통령도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때론 사실로 때론 거짓으로 밝혀진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능력있는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박정희대통령도 육여사가 서거한 이후 ‘비밀스런 작업’(?)을 했었다. 결국 그러한 내용이 10ㆍ26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고 말았지만...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누구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였는가?’ ‘어떻게 권력을 사용하였는가?’ ‘권력을 사용한 결과는 어떠하였는가?’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판단해 볼 때 박근혜대통령은 임기 말을 정리하며 역사적 평가를 좋게 받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하여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 재현되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하여 여러 의견들이 있다. 하지만 경제발전에 우연이나 기적은 없다. 근대화시기의 경제성장 결과가 박대통령 개인의 공은 아니지만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수출증대로 잡고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여 발전의 페달을 밟아나간 리더십은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경제규모의 확대, 시장의 자율기능 증진, 국민들의 생활수준 변화 그리고 정부감시 메카니즘의 발전 등으로 ‘박정희식 리더십’이 지금도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겠지만...
 역사적으로 스캔들이 있어도 국력을 신장시킨 지도자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스캔들이 없어도 국론을 분열시킨 지도자는 용서받을 수 없다. 역사적 평가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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