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대통령의 개헌론이 발표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5일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개헌론에 찬성했던 야권마저도 개헌론의 진의를 의심하는 형국이 됐지만 30년 만에 어렵게 추진되는 개헌 논의가 정략 속에 사장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이나 대외활동을 측근 인사가 돕는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막후에서 비선실세가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면 이는 명약관화 하게 밝혀 엄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략의 소용돌이 속에 미완의 25년 지방자치를 완성할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모처럼의 호기가 수포로 돌아가선 안 될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각자 맡겨진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30년 만에 어렵게 추진되는 개헌이 정략적인 이유로 좌초된다면 역사에 크나큰 과오의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52년부터 1987년까지 9차례나 개헌을 했지만 중앙정치 권력구조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지방분권에 대한 보장은 미흡했다.
개헌정국에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는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5년 만에 행정자치부가 밀어붙이기 식 지방재정개편을 단행한 지금이야 말로 지방분권형 개헌의 최적기란 이유에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 등이 소속된 전국자치분권지도자회는 지난 24일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국면 전환용, 정권 연장용이 아닌 국민을 위한 민생 개헌이자 청와대와 여의도 중심의 정치를 바꾸는 지방분권 개헌이어야 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이와 관련, 충청권 시·도지사 등 더민주 소속 9명의 광역단체장들은 이미 지방자치단체를 확대하는 분권형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미 더민주는 지난 6월 27일 국회에서 시·도지사 정책협의회를 갖고 이번 개헌론이 대통령제나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바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관련 조문 117조와 118조가 1995년 지자체장 선거 이전에 만들어져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분권형 개헌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지사는 현행 헌법에는 지방자치가 선언적 의미로만 들어가 있어 개헌 때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 반드시 명문화돼야 한다고 진작부터 주장하고 있다.
그는 중앙과 지방의 권한을 분산해야 대통령의 권력집중 폐해를 막을 수 있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국가를 운영할 수 있어 국가경쟁력 또한 강화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에 30년 만에 이뤄지는 개헌 논의에 반드시 분권과 자치, 협치와 상생, 혁신과 변화의 헌법정신을 담아내는 미래지향적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시대적 요구사항으로 정략에 악용돼 개헌의 시기를 늦추거나 놓쳐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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