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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강선생과 11명 줌마가 차린 늦가을 향긋한 꽃방
꽃을 든 강선생과 11명 줌마가 차린 늦가을 향긋한 꽃방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6.10.2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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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될 꽃방'사진전
▲ 사진작가 장광동씨가 촬영한 '어른 왕자와 줌마들'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한 사람의 아낌없는 몸짓의 혜사(惠賜)로 세상은 맑고 향기롭다. 꽃방의 꽃들은 지인의 감성을 타고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다. 무수한 꽃을 수백 수만 명에 나누며 어떤 욕심도 이해타산도 하나 없다. 꽃방처럼 무욕의 숭고한 장이 어디에 또 존재하랴. 꽃방 사람들은 어른 왕자님 덕분에 늘 가슴에 향기로운 꽃을 안고 살아간다. 이만하면 전설이 될 꽃방이 아닌가. (이은희 수필 ‘전설이 될 꽃방’ 중에서)’

 

지난 23일부터 청주 율량동 베아뚜스(청원구 1순환로 1047)에서는 ‘전설이 될 꽃방’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청주 대성여상 교사인 강전섭(61)씨의 사진 270여점이 선보이는 이 소박한 행사가 눈길을 모으고 있는 건 전시에 담긴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강씨의 ‘꽃 선물’에서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집 마당에서 손수 가꾸고 있는 꽃을 촬영해 매일 아침마다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지인들에게 전달한다.

‘꽃방’이라 불리고 있는 이 단체방이 자리 잡기까지는 2년여가 걸렸다. 이른 아침 배달돼 온 꽃 사진에 감동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불평을 쏟아내며 단체방을 나가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한결 같은 강씨의 마음에 점차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깨우는 꽃 선물은 쉼표를 찍을 틈 없이 빠르게 반복되는 일상에 향기를 더했고 자연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신주련씨가 꽃 사진에 꽃말을 붙이며 의미를 더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꽃을 통해 소통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꽃방의 이야기는 강씨의 제자인 이은희 수필가의 수필 ‘전설이 될 꽃방’, 김용례 수필가의 수필 ''꽃으로 만나는 방'으로 피어나기도 했다.

‘소중한 꽃 선물을 매일 거저 받는다’는 미안함과 감사함에서 이번 전시회는 열리게 됐다. 강씨와 함께 수필을 공부하는 모임인 ‘어른 왕자와 줌마들(이하 줌마들)’이 사진전을 추진하고 나섰다. 11명의 회원들은 한 달여를 준비한 끝에 풍성한 잔칫상을 펼쳤다.

줌마들 회원인 신주련씨는 “강 선생님의 꽃 사진에 꽃말을 더해 사람들에게 전하며 무심코 지나치던 꽃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동안 꾸준히 행복메신저를 자처하며 애써주신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줌마들 뿐 아니라 꽃방의 많은 이들도 이번 전시에 마음과 마음을 보탰다. 김지원 베아뚜스 사장이 선뜻 장소를 제공했고, 박수훈 서예가는 붓글씨로 전시 제목을 썼다. 김강수 금속공예가는 사진전시대를 제작해 제공했고 장광동 사진작가는 현수막에 넣을 사진을 촬영해줬다.

 

이번 전시에서는 2년여 간 강씨가 찍은 사진 2만 여장 중 선별된 270여장이 선보인다. 핸드폰으로 찍은 아마추어의 사진이지만 전문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탈피하기 전의 양귀비, 떡판 같은 양귀비의 씨방, 돌확에 비친 상사화 등 일상적으로 흔히 보기 힘든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바닥에 엎드려야 찍을 수 있는 냉이꽃 등 꽃과 눈높이를 같이 하고 있는 사진 속에서 자연에 대한 강씨의 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강씨는 “꽃과 교감하면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도 갖게 됐다”며 “내가 기르고 피워낸 꽃들은 단순한 꽃이 아닌 인정이 피어나는 꽃이다. 그동안 살아오며 받은 숱한 은혜로움을 꽃 봉양으로 갚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문의=☏043-212-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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