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홍해리

꿈길에 서서 -치매행致梅行·21

 

홍해리

 

걸어서 갈 수 없어 아름다운 길

눈부터 취해 가슴까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멀리멀리 돌아서도 갈 수 없는 길

안개 속으로 구름 속으로 헤매고 있었습니다

 

눈으로 입술로 가슴으로도 못 가는 길

가까워도 멀기만 해 어둠 속 둥둥 떠 있었습니다

 

내 생生의 이물과 고물 사이 가지 못할 길 위로

그리움은 다리를 절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내가 가는 길은 가지 말아야 할 길

그 길을 아내가 홀로 가고 있습니다.

 

△시집 ‘치매행’ 등.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