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국정농단, 국기문란, 헌정질서 유린, 고장난 차(헌법) 등의 표현이 난무하는 가운데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파문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국민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듯 깊은 허탈감에 젖어 있다. 여야는 특검 및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하고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의 퇴진 및 하야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의 1997년 IMF, 미국의 2001년 9·11 테러, 동일본의 2011년 대 지진 등과 같은 재앙적 사건으로 보면서 정신적 패닉(공황)상태에 빠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원칙주의의의 철학 하에 국정을 펼칠 국가지도자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대통령이 국가의 공조직이 아닌 일개 개인을 국정의 멘토로 삼고 그 사람의 의사에 의지하여 국정의 주요사안을 결정 및 집행하였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서(대통령이 인정)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국정최고책임자가 공과 사를 가리지 못하고 국정을 개인의 정치놀이 화 했단 말인가’, 무슨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청와대의 최고급 두뇌들을 제쳐 놓고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사인에게 연설문을 비롯하여 국정 사안 등을 검토케 하였고 수정(결재)을 받는 과정을 밟아야 했단 말인가. 이는 법률 위반(대통령 기록물 외부 유출 금지)을 넘어 헌정질서 파괴행위가 아닌가. 이러한 행보는 대통령의 말대로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대선 시와 대통령취임 직후에 벌어진 과거완료형이라 하더라도 왜, 그동안 대통령의 싱크탱크 및 수족 역할을 한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정당, 특히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여야할 야당이 침묵하고 있었단 말인가.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대통령이 취임한지 3년 8개월여가 지났고 대통령과 사태의 당사자인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하여 그토록 소문이 무성하였는데도 이를 몰랐었단 말인가. 이러한 변명을 누가 믿겠는가. 알고서도 수수방관하였거나 자신의 정치행로에 해가 될까 바 모른척하고 방조하여 일을 키웠다면 그것이야말로 국정동반자로서의 도덕적 책임 및 국민대표자로서의 법적책무성 등을 회피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의 헌정질서 및 국기문란의 사건은 국정최고책임자를 비롯, 정치권에 대한 실망 및 불신 등을 초래케 하였음은 물론 국민들의 의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로 하여금 공동체 의식을 외면하고 고도의 개인주의에 빠지게 함으로써 사회 공동화 현상을 야기케 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급히 출구대책을 수립하고 그 실천에 나서야 한다. 누구보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국가원수라는 영광스럽고 막중한 자리에 있으면서 무엇이 아쉬워 양파껍질처럼 비정상의 행태로 겹겹이 점철된 특정인에게 최면에 걸린 듯 밀착되어 국정농단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에 대하여 냉정한 이성으로 되돌아보고, ‘국민은 곧 하늘’이라는 겸허한 마음으로 사태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자신이 원인제공자이기에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사건 진화에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사과하여야 한다. 사과는 한 치의 가식도 없는 진정성의 산물이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밀도 높은 대책 및 행동계획을 제시하여야 한다.
정당들도 ‘정당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영원하다’는 판단에서 위기에 처한 국가를 바로 세우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당은 정부와 동반자적 위치에 있음을 명심하고 공동책임의식을 가지고 수습 및 타개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당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진력하여야 한다. 야당 또한 국가라는 마차의 한 쪽 수레바퀴로서 마차가 길을 잃고 해매는 일이 없이 앞을 향하여 똑바로 갈 수 있도록 국민대표자로서의 직분에 충실하여야 한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등을 통하여 국민행복시대를 개막하겠다는 비전과 각오를 천명한 정부이고 대통령이다. 대한민국과 결혼하였고, 그렇기에 오로지 국민의 행복창출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다짐한 대통령이다. 이러한 각오와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흔들리거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하여 국가를 재건하여야 한다. 환골탈태하는 획기적이고 대대적인 변화와 개선에 임하여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모든 분야의 정상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비정상의 그림자(난국)를 모두 지워 버리고 정상국가 건설에 나서야 한다. 국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열에 동참하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결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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