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상(편집국 부국장/충주지역 담당)

▲ 윤규상(편집국 부국장/충주지역 담당)

최근 충주지역 한 마을이장이 동네 후배인 지적장애인에게 연간 100만원~250만원의 임금을 주고 자신의 방울토마토 재배하우스에서 일을 시킨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마을이장은 보살펴 준다는 핑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막노동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신이 온전치 못한 후배에게 나오는 장애인수당까지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마을이장은 경찰조사에서 지적장애를 앓고 있고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동네 후배를 데려다 챙겨주려고 했을 뿐이라는 변명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
최근 들어 충북도내에서는 정신이나 육체적으로 미약한 상태에 놓인 지적장애인을 강제 노역시키다가 적발된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수십여 년 간 지적장애인을 데려다 축사에서 일을 시키다가 문제가 됐고, 카센터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적장애인을 데려다가 막노동은 물론 열악한 주거환경과 최소한의 먹을거리를 제공한 업주들은 ‘챙겨주려 했을 뿐’이라거나 ‘갈 곳 없는 장애인을 거뒀다’는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도운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가해자들은 현재 경찰수사를 받고 있으며, 사법기관 심판을 앞두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와 유린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대응책 마련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등록 장애인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신체적 장애와 내부기관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보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은 10%정도에 불과하다.
신체 장애인들은 정신적 지체를 앓고 있는 이들과는 달리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분명히 밝힐 수 있어 노동력 착취와 인권 유린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능지수가 70이하인 경우에 해당하는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처한 ‘불편부당’한 의사를 타인에게 제대로 알리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이런 점을 노린 이웃과 겉모습이 선한 주변사람들이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을 데려다 장기간에 걸쳐 부당하게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장애인관련 단체에서도 연일 각 지자체를 돌며 장애인 인권문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카센터 노예’와 ‘축사 노예’, ‘방울토마토 노예’ 등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붙여지는 수식어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4년 자신의 의사를 외부에 알릴 수 없는 지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장애인법을 제정,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신체적 장애인 중심으로 발전돼 온 장애인복지 정책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인 발달 장애인들의 오랜 염원이자 희망이라고 보호자와 가족들은 반기고 있다.     
하지만 광역 시·도와 각 지자체에서는 관련법 제정과 시행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 제정에 따라 세부 규정을 담은 조례를 제정해야 하지만, 각 지자체는 광역 시·도에서 조례 제정을 미루는 바람에 아직 구체적인 조항과 추진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도(道) 조례와 시·군 조례의 충돌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관련법에 나와 있는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조항이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기관 지정조항은 광역 시·도에서 평생교육기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시·군에서 관련법에 따라 평생교육기관 지정과 운영 등을 담은 조례를 먼저 제정할 경우 법  체계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시·군에서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조례를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거주시설을 설치해야 할 위기발달장애인쉼터 조성 조항에도 먼저 광역 시·도에서 지정 운영해야 시·군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장애인부모연대 측에서 줄곧 각 지자체를 돌며 건립을 촉구하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치 요구도 관련법에 따라 각 시·군에서는 먼저 손댈 수 없는 분야다.
발달장애인법 각 조항 대다수는 기초 지자체인 시·군 보다는 광역 시·도 또는 광역시·도지사가 먼저 계획을 수립하거나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나와 있다.
설치와 마련, 지원 등을 담고 있는 해당 법 각 조항마다 광역 시·도에서 먼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군에서 추진해야 할 발달장애인관련 행정행위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광의적 차원에서 지적장애인 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법적으로 장애인 범주는 총 15가지로 분류된다. 
대분류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 등 2개 분야로, 신체적 장애는 외부 신체기능 장애와 내부기관 장애로 구분해 놨다.
외부 신체기능 장애는 지적·뇌병변·시각·청각·언어·언어·안면장애 등이며, 내부기관 장애는 신장·심장·간·호흡기·장루·요류·간질장애로 구분된다.
정신적 장애는 지능지수 70이하인 자가 대상인 지적장애와 정신분열증을 일컫는 정신장애, 자폐증으로 불리는 발달장애 등 3가지로 나뉜다.
요즘 좋지 않은 수식어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지적장애인 착취와 인권유린 대상이 바로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정부와 광역 시·도는 물론 각 지자체는 정신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착취와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조례 제정과 구체적인 지원체계 수립에 나서야 한다.
공무원들이 낮은 재정자립도와 예산 부족, 정부 책임이라는 식으로 이유를 둘러대고 차일피일 미룰 경우 더 큰 재앙이 닥쳐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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