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국민들은 좌절과 허탈감 속에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나라가 치유불능의 무정부 상태가 되지 않을 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충북지역 정치권의 힘 겨루기는 여전하다. 현안만 생겼다하면 여·야가 물 만난 물고기인양 상대 흠집 내기에만 혈안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신설 노선을 둘러싼 공방이 그렇다. 충북도는 지난주 서울~세종고속도로 신설 추진과 관련, 애초 청주 경유 계획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충청권 시·도지사간 ‘야합’으로 청주경유 노선이 빠졌다는 새누리당 충북도당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지난 5일 충북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지난 3월 말 총선후보자 초청 토론회 때 ‘제가 충북지사를 여러 차례 만나 설득해 충북도가 더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 덕분에 (서울~세종 고속도로 추진이) 결정됐다’고 말했다”며 이를 ‘야합’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충북도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충청권 시·도지사 회동 때 공동 합의문이 도출된 덕분에 국가계획에 빠져 있던 중부고속도로 확장 타당성 재조사가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2008년 9월 시점과 종점을 구리와 세종으로 정한 후 현재까지 노선을 바꾼 사실이 없다며 청주 경유 노선은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지난해 9월 9일 충청권 광역단체장이 서명한 문제의 공동합의문 전문도 공개했다.
합의문에는 ‘정부세종청사 접근성 향상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세종 고속도로 조기 착공을 위한 국가예산 반영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돼 있다. 또 4개 단체장이 KTX호남연결과 직선화, 중부고속도로 확장사업 조기착공 공동 노력, 세종~오송~오창IC연결 BRT도로 조기착공 등에 힘을 모은다는 내용 등이 있다.
한마디로 충북도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던 것은 중부고속도로의 조속한 확장을 위한 것이지 새누리당 충북도당이 주장하는 양보나 야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충북도가 반격하자 새누리당은 이 지사가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청주를 경유하지 않는 노선으로 추진되는 걸 알면서도 충청권 시·도지사 회동 때 이를 합의해 줬다며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역공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주 경유 노선을 놓고 충북도와 청주시의 이견이 맞서자 양측의 합의에 따라 현재 타당성 용역이 진행중이다.
충북의 여·야 정치권은 행정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 잦은 편이다. 한편으론 도민 삶 향상을 위한 순수한 활동으로 볼 수 있지만 과도한 개입은 도정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 국기문란이 국가문란으로 가는 것을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지역 정치권 역시 때가 때인만큼 자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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