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민형

비밀

 

김민형

 

바다 쪽에서 차가 뒤집혔을 때

난간 끝에 가까스로 매달린 사연으로도

그만하면 꿈 잘 꾼 줄 알라는 위로는

복권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비밀에 부치자는 속셈이었는데

사람들이 내륙 쪽에서 전화를 했다

부쩍 파도가 치거나 갈매기가 나는

안부라도 묻겠다는 것이었다

보거나 듣지는 못해도

알 만한 영문이라는 듯

살아있다는 이 비밀과 놀라움을

서로 느끼자는 눈치였다

현장을 수습한 나이 어린 동료가

망가진 차야 망치로도 고친다며

소주 한 잔으로 웃으며 풀자고 한

청심환 삼은 첫 잔이 늦도록 이어졌다

 

△시집 ‘길 위에서 묻는 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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