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윤배
박꽃
박윤배
아랫배에 아이를 잉태한 한 여인
출산이 다가오자
젖가슴 푸른 힘줄 생겨나듯
돌담 타고 오른 넝쿨이 번성하더니
마디마디 서리 내리기 직전의 배꼽에
꽃이던 시절을 지우고 있다.
자꾸 꽃을 피우는 흰 수줍음
치아가 흰 그녀와 한 살림 차리고 싶은 저녁
떨어뜨린 잎을 주워 모아 요를 깔고
듬성듬성 한 자락 구름을 끌어 덮고
올 가을 저녁에는 옥수수를 함께 삶으며
굴뚝연기로 타오르는
돌담의 마을에 가고 싶다.
땅은 얼어가고 성급함이 피워낸 온기일지라도
여름내 감춰온 연한 속살의 그녀가 낳은
갓난아이를 안아 보고 싶다.
△시집 ‘쑥의 비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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