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온 가계부채가 올해 말 1300조원을 넘어서 내년 말에는 최대 1540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만 해도 경제 회복세의 발판이 됐던 가계가 과도한 빚더미에 짓눌리면서 향후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내년 대선 정국에서 부채 관리가 소홀해지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빚이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1257조원이었던 가계 부채는 평균치 기준으로 올해 말 1330조원에 이어 내년 말에는 154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내년 국내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되고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2.6%와 1.4%에 이를 것이란 전제로 산출된 수치다.
이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전년 대비 10.9% 급증한 가계 빚은 올해 10.6%에 이어 내년에도 9.8%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게 된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내년 말까지 5년간 가계 빚은 496조원 불어나 참여정부 5년간 200조7000억원과 MB정부 5년 298조4000억원의 증가액을 뛰어넘게 된다.
가계부채 해결을 대선 공약 1호로 내세웠던 현 정부의 부채 관리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는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17년까지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지만 이 비율은 2014년 말 162.9%에서 올 6월말 173.6%로 치솟았다.
가계부채가 규모, 증가 속도,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정상궤도를 벗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6월말 현재 처음으로 90%에 도달했다.
불과 3년 새 80%에서 90%로 뛴 것이다.
BIS는 이 비율이 85%이면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 제약을 주는 임계점으로 보았다.
가계부채가 소비위축을 불러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미국처럼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비율(DSR)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지난해 3월 이미 134만 가구를 돌파했다.
이 가구의 상당수는 고령층과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으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 연체나 파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가계 빚 급증세를 우려한 정부가 ‘8.25 가계 부채 대책’을 내놓고 우회적으로 총량 관리를 통해 전방위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내년 대선 정국에서 부동산 경기를 통한 성장률 관리와 가계부채 관리의 딜레마는 더욱 커지겠지만 근본적으로 가계가 상환 능력 이상으로 대출받는 것을 방지하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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