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서 시사회

▲ 다큐멘터리 '목소리들의 풍경' 중 한 장면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무심코 지나쳤던, 그들은 그저 하나의 풍경이었다.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조차 그들의 존재를 잊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제 그들이 말을 건다. 그들의 목소리가 보인다.

청주YWCA는 최근 돌봄 노동의 실태를 조명하고 종사자들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보이지 않는 노동, 돌봄 노동-목소리들의 풍경’을 제작하고 2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영화는 ‘그녀는 여기 살지 않는다(2005)’, ‘풍경(2007)’, ‘이른 봄, 경주(2012)’ 등을 연출한 박인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8명과의 인터뷰를 56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 녹여냈다.

영화 제작에 앞서 청주YWCA는 지난 5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대표들과 여성계 시민 활동가, 돌봄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 노동 인식개선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개최했으며 지난 7월 본격적인 영화 촬영에 돌입, 두 달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영화를 완성했다.

이현주 청주YWCA 간사는 “막상 촬영을 시작해 보니 카메라 대여는 물론 인건비, 편집비 등 생각지도 못했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스텝 없이 거의 모든 일을 박인경 감독이 혼자 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돌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된다”고 말했다.

영화는 간병인, 요양보호사, 베이비시터, 장애인활동보조인, 산모신생아관리사, 가사관리사 등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조용히 따라간다. 대부분의 장면이 돌봄 노동의 현장 보다는 노동자들과의 인터뷰에 집중된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언 밥을 녹여 먹어야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느끼며 생명을 꽃 피워 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이름과 소속을 알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존재가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다. 분명 존재하고 있으나 마치 풍경처럼 보여졌던 이들은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자신의 이름과 직업, 경력 등을 밝히며 자아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나훈아의 ‘당신의 의미’를 구성지게 부르는 한 돌봄 노동자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간사는 “돌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무슨 도우미가 저렇게 말을 유식하게 잘 하냐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며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돌봄 노동자를 바라보는 편견이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돌봄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변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사회는 오는 8일 오후 7시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내 에듀피아에서 개최된다. 이날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충북대(12월 1일) 등에서 찾아가는 상영회도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상영을 원하는 기관, 단체는 청주YWCA(☏043-265-3700)로 문의하면 된다.

이혜정 사무총장은 “한 사람의 생애는 태어나 누군가의 돌봄을 받다 누군가를 돌보다 다시 돌봄을 받으며 끝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았다”며 “이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여성의 삶과 노동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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