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직
간염을 앓은 딸아이가
몇 날을 누에처럼 잠을 자고 일어나서 유기농 콩을 간다
일요일 오후에 몸 부서지는 소리가 아팠던 기억을 불러내고
들판 바람이 툭 터진 공중 창문으로 지나다닌 흔적처럼
기억이 흘러간다
콩 몸을 품고 나가는 바람을 안다
미열처럼 와서 침대 곁에서 마문 흔적이
낮과 밤의 공중에 새겨져 있다
처음엔 요란한 기계소리였으나
콩 알갱이마다 몰락하는 임계점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웅크린 몸을 잔뜩 끌어당겼다가 바르게 펴는 숨소리였다.
△시집 ‘불빛을 말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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