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유원대 교수)

▲ 백기영(유원대 교수)

도시계획운동은 1970년대 크게 바뀌었다. 토지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계획과 규제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계획은 무너져 갔다. 대신 계획은 도시성장을 규제하는 일에서 도시성장을 장려하는 일로 바뀌었다. 도시는 부를 창출하는 그릇이었고, 계획은 도시를 지키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게 되었다. 점차 계획가는 전통적으로 그의 적대자인 개발업자와 비슷하게 되어 갔다. 이러한 모든 반전은 시장주의적이었고 규제적 계획이 적었던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동시에 계획의 창시국인 영국에서도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은 역사적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상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이 지속되었던 1950년대와 1960년대의 호황기에 도시계획이 도시의 물리적 성장을 유도하고 규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극심한 불경기는 계획의 역할을 변화시켰고 계획의 정당성을 위협하게 된다. 선진 대도시에서 제조업중심의 쇠퇴하는 도심과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첨단산업 지역간에 새로운 지역적 갈등이 대두되었다. 성장하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규제계획이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쇠퇴지역에서는 성장에 대한 규제와 지침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성장을 촉진하는 활동을 강구하게 되었다.
미국과 영국의 신보수주의 집단은 케인즈주의 경제정책과 복지국가 사회정책을 공격하기에 이르른다. 계획은 공격을 받는 정책의 핵심이 되었다. 계획은 시장기능을 왜곡하고 억제하며 기업가로 하여금 최선이 아닌 입지결정을 하게 했으며 기업가 정신을 목죈다고 하였다. 쇠퇴산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하는데 실패한 도시와 지역에 책임이 지워졌다.
1977년 영국 정부에서 발간한 쇠퇴하는 도심문제에 대한 최종보고서에서는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경제 전체의 실패라는 결론이 제시되었다. 이에 따라 도심지역정책의 주안점을 경제회생으로 크게 전환하게 된다. 도심지역에 새로운 산업개발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한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에 투자된 재원을 기존 도시를 돕기 위해 전환한 도시프로그램을 크게 확장한다. 1980년대에 들어 도심경제가 계속 악화됨에 따라 주안점이 바뀐다. 모든 당국이 다양한 이름의 경제개발부서를 두게 되고,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계획가들은 자신의 전통적 역할이 바뀌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영국 법정 계획체제에서 전통적인 관심사였던 성장지침과 관리방식은 이제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전환되었다.
이즈음 우울한 영국의 계획가들과 정치가들에게 주목된 것은 미국이었다. 생기, 다채로움, 매출과 고용 증가를 자랑하는 미국 도시의 성공사례는 도시재생이라는 것이었다. 도시정부와 민간부문간의 새로운 형태의 창조적 협력관계가 창출되었다. 도시 제조업경제의 시대가 끝났으며, 중심도시의 새로운 서비스부문을 찾아내고 창조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분명한 인식이 있었다. 따분한 교외거주자들에게 재건된 도심은 삶의 질을 제공하고, 주거지역은 다시 탄생하게 된다. 결국 재건된 도시는 도시에 새로운 경제기반을 제공함과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중요한 매력을 주게 된다. 오래된 주거지역의 복구를 통해 도시 주변지역을 회복시켰고 버려진 도심지역을 대규모의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복합단지로 이끌어냈다. 그들은 대규모 상업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자본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켰고 도시에 정착시켰다. 이러한 과정은 무대로서의 도시를 계획적으로 창조하는 작업을 뜻했다. 이 과정은 오래된 공업도시에서 오늘날도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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