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무원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했다”
청주시지부 관계자 “절대 그런 적 없다”

전공노 충북본부 시·군노조 중 가입율이 최하위권인 청주시지부는 최근 업무시간에 각 부서를 찾아다니며 노조가입을 권유해 물의를 빚고 있다. 청주시 공무원들의 노조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2004년 10월 15일 당시 한대수 청주시장을 개에 비유해 시청 광장에서 끌고 다니는 등 노조의 극단적 활동에 공무원들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개로 비유된 청주시장.

(동양일보 특별취재팀)‘법외(法外)’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충북본부 산하 일부 시·군지부가 조합원 확보를 위해 새내기 공무원을 대상으로 노조가입을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또 노조에 동조한 일부 직속 간부들도 가입을 유도하는 등 사실상 압력행태를 보여 공무원들의 자율성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조가입 대상 공무원 3200여명 중 가입률이 50%에 불과한 청주시지부의 경우 업무시간에 노조간부가 시 본청은 물론 각 구청과 읍·면·동사무소까지 찾아다니며 노조가입을 종용, 공무원들의 자율적 노조가입 권리를 빼앗는 등 공직사회에 위화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업무시간 부서 돌며 노조 가입 권유… ‘사실상 압력 행사’

청주시 신규공무원 A씨는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전공노에 가입했다. 전공노 간부들이 두 차례에 걸쳐 사무실을 방문해 가입을 권유한 데다 직속 상사의 동조권유에 마지못해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얼마 전 전공노 간부들이 업무시간에 노조 미가입자 명단을 들고 시 본청은 물론 각 구청과 동사무소까지 찾아다니며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면서 “공무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한다는 노조 간부들이 업무시간에 사무실을 돌며 노조가입을 권유하거나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게 정상적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간부들은 각 부서에 친분이 있는 노조원에게 미가입 공무원 명단을 보여주며 가입을 설득해 줄 것을 부탁해 사실상 가입을 압박했다는 게 해당 공무원들의 불만이다.

자신을 노조원이라고 밝힌 한 중견 공무원은 “노조 간부가 미가입자 명단까지 만들어 각 부서를 돌며 가입을 권유하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미가입자 직속상사에게 미가입 부서원들의 노조가입 신청서를 받아 줄 것을 부탁한 것은 사실상 압력행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얼마 전 가입한 공무원 중에는 자신의 판단에 의해 가입한 사람도 있지만 상사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가입한 공무원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노조원 선임인 선배공무원의 압력에 못 이겨 가입했다는 C공무원은 “적은 월급에 노조회비까지 내려니 부담스러워 가입하고 싶지 않았지만 노조간부와 공무원 선배가 가입신청서를 주고 옆에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가입했다. 그렇지 않으면 왕따 시킬 것 같아서 두려웠다”면서 “특히 회비로 해직자 연금까지 주려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가입하기 싫었는데…”라고 말했다.

 

●신규 공무원에 지나친 가입 권유 도마위

전공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신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가입을 종용해 스스로 노조활동에 대해 판단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원성도 자자하다.

특히 신규공무원 연수 후 동기끼리 갖는 단합대회 등에 나타나 간식 등을 나눠주며 가입을 독려하는 것은 자율적 노조가입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청주시 한 공무원에 따르면 충북도자치연수원에서 있은 신규공무원 1박2일 연수 후 가진 단합대회에 전공노에서 간식거리를 나눠주며 노조가입을 적극 독려했다.

공무원 5년차 미만인 D씨는 “신규 공무원 교육 후부터 수차례 노조가입 권유를 받았지만 특별히 노조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가입하지 않았다”면서 “신규공무원은 서기보 시보로 6개월간 노조에는 가입할 수 없지만 임용 초기 선배 공무원인 노조간부들의 권유가 노조가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솔직히 말해 주말 근무시 대체휴일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노조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노조회비로 공무원들의 권익 보호가 아닌 다른 노동단체들과 연대해 투쟁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청주시공무원 노조가입 저조… “극단적 노조활동에 염증 느껴”

전공노 충북본부 청주시지부는 가입대상 공무원 3200여명(6급 이하, 회계·감사·인사과 팀장급 제외) 중 50%인 1600여명이 가입해 도내 시·군노조 중 가입률이 최하위권이다.

각 시·군과 노조 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조합원수(6급 이하)는 △청주 3200명 중 1600명(50%) △제천 1015명 중 830명(81.8%) △옥천 535명 중 411명(76.8%) △영동 572명 중 450명(78.7%) △증평 348명 중 300명(86.2%) △진천 582명 중 400명(68.7%) △괴산 550명 중 260명(47.3%) △음성 656명 중 400명(61%), 단양 559명 중 300명(53.7%)이다.

청주시의 노조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강경투쟁과 상식을 벗어난 하극상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예가 청주시장 개 비유 사건이다.

일부 강경 집행부는 2004년 시가 격주 토요휴무제 실시에 따라 겨울철 근무시간단축제도를 없애기로 하자 한대수 전 시장을 개에 비유한 사진을 시 전자문서시스템에 올리고 이 개를 시청 광장 등에 끌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벌여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시의 한 간부공무원은 “당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겨울철 근무시간 단축제 폐지가 아쉽지만 시민들이 선출한 시장을 개에 비유한 전공노의 안하무인격 활동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비등했었다”면서 “그런 이유로 노조활동에 등을 돌린 공무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원 천막 행정대집행 당시 시 공무원들에게 욕설 등 폭언을 퍼부은 행동도 노조가입 저조 및 탈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9개월 넘게 청주시청 정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인 옛 청주노인전문병원노조의 천막을 지난 2월 5일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청주시청 직원들과 노조원,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뒤섞여 몸싸움을 벌여 한때 시청 광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대집행저지에 나선 일부 노조간부들은 강제철거과정에 투입된 시청 공무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등 폭언을 퍼부었다.

행정대집행에 투입된 한 전공노 소속 공무원은 “행정대집행 당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욕설을 퍼붓고 조롱한 노조간부 때문에 노조활동에 회의적인 공무원들이 많아졌다”면서 “회비로 운영되는 노조가 노조원들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지부 관계자는 “가입 대상 공무원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노조가입 신청을 받고 있고 부서별로 다니며 가입신청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공노충북본부 관계자는 동양일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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