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공급량 부족에 포기당 2000원 안팎 전년대비 급등
소비자원 김장재료는 전통시장·배추는 대형마트가 ‘저렴’
KREI·at공사 김장비용 지난해比 13% 오른 24만원 안팎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김장철을 앞두고 지역마다 작황이 달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충북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가을수확기로 접어들면서 적당히 내린 비와 큰 일교차 덕분에 생육이 좋아 평년작 수준은 될 것으로 농민들은 전망했다.

애초 파종 때부터 이어진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올 가을 배추는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하지만 남부권은 사상 초유의 습해로 흉작을 면치 못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전반적인 재배 면적 감소와 일부 지역 흉작이 겹치면서 올해 김장철 배춧값의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1429㏊로 전년 대비 10.2%가 줄었다. 여름철 고온 및 가뭄 피해가 컸던 탓이다.

여기에 남부권의 작황 부진이 겹치면서 전체 배추 생산량 역시 지난해 143만6000t보다 14%가량 줄어든 123만3t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량 감소에 따라 올해 성수기 김장배추의 도매시장 가격은 상품 기준 포기 당 2000원 내·외로 평년 대비 가격이 크게 낮았던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망했다.

지난해 김장배추 가격은 평년(2010∼2014년) 동기 대비 23% 하락한 1384원이었다.

지금도 지난 4일 기준 배추(상품 1㎏) 도매가는 69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388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평년(445원)과 비교해도 시세가 높게 형성됐다.

농식품부는 김장 성수기에 비축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수급 조절을 지원하는 등 대책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김장철 재료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다음달 20일까지 관계기관 합동 김장 채소 수급안정대책반을 운영하는 한편 도·소매가격 동향과 산지 작황 상황을 점검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또 비축물량 62만5000t을 김장 성수기에 집중 공급하고, 직거래 장터 및 홈쇼핑 등 직거래를 확대해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올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이 대형 유통업체에서 신선배추를 사서 김장을 할 경우 지난해보다 13% 오른 24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았다.

한국소비자원은 김장재료의 경우 전통시장, 배추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보다 저렴할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www.price.go.kr)을 통해 지난달 배추, 마늘, 당근, 양파, 대파, 무 등 주요 김장 재료 6개의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 중 5개 품목이 전통시장에서 가장 저렴했다.

품목별로 마늘(깐마늘 100g·1029원), 당근(100g·288원), 양파(1망·2646원), 대파(흑대파 1단·2434원), 무(1개·3017원)는 전통시장이, 배추(1포기·4772원)는 대형마트가 가장 저렴했다.

업태별로 가장 큰 가격 차이를 보인 품목은 마늘로 전통시장이 백화점(1775원)보다 72.5% 저렴했다.

지난달 신선식품 중 무(6.0%)와 돼지고기(1.0%) 가격은 전월보다 상승했고 배추(-23.4%), 쇠고기(-3.1%), 양파(-2.2%)는 전월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추 가격은 144.8% 올랐고, 무 가격도 138.2% 상승했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임광우(63)씨는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이틀 이상 계속되면 배추가 완전히 얼어 농사를 망치지만 요즘 같은 추위는 오히려 생육에 도움이 된다”며 “지금도 배춧속이 노랗고 꽉 찬 게 깨끗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전남 해남군 문내면 사교리에 사는 김문재(50)씨는 “습해로 밭에 있는 배추 20%는 당장 폐기해야 할 지경”이라며 “남은 배추 역시 이맘때면 속이 차 타원형을 이뤄야 하는데 잎들이 모두 옆으로 처진 상태”라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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