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규씨 시집 ‘노을치마’ 발간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임연규(63·사진) 시인이 최근 시집 ‘노을치마’를 발간했다. 세 번째 시집 ‘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에 이은 네 번째 시집이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맑은 눈으로 세상 보기를 멈추지 않은 임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69편의 시가 실렸다.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 속에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평화로움을 노래한 시, 고된 삶 한편에 있는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시 등 다양하고 풍성하게 담겨 있다. 이렇듯 임 시인은 따스한 서정이 담긴 시들로 가을 낭만에 취해 있는 독자들의 가슴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 다산 정약용은 아내가 시집 올 때 입고 온 / 하피(霞帔) 노을치마를 / 유배 생활 십년 만에 아내가 다시 보내온 / 그 치마를 잘라서 아내와 아들에게 / 시와 편지를 써서 보냈다 // (중략) // 유배지로 십년 만에 아내가 보내온 / 노을 치마는 /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 늙은 아내가 보내온 / 조선의 가장 크고 애틋한 연서(戀書) 였다 / 다산은 죽기 사흘 전 생에 마지막으로 ‘회혼시’를 쓰고 회혼일 아침에 생을 마감했다 // (중략) // 나도 저녁이면 하늘이 펼쳐주시는 노을치마에 / 보낼 수 없는 회향 연서를 쓰고 있습니다 //” (‘노을 치마’ 중에서)

표제작 ‘노을 치마’는 애틋한 가족 사랑이 느껴지는 시다.

다산 정약용의 아내는 다산에게 혼례식 때 입었던 붉은 치마를 유배지의 남편에게 보냈고 남편은 치마를 잘라 자식들에게 주는 책으로 만들어 노을빛 치마라는 뜻의 ‘하피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산과 그의 아내 홍혜원의 가족 사랑을 ‘하피첩’에서 느낄 수 있다면 시 ‘노을 치마’에서는 임 시인의 잔잔한 가족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또 시 ‘心’처럼 평범한 일상 속 무심코 얻게 된 삶의 가르침이 녹아 있는 시와 ‘라면에 계란을 넣으며’와 같이 일상을 노래한 시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저자 에스프리에서 “8년 만에 시집을 내려하니 마음이 혼란스럽고 막연했다”며 “시집을 준비하며 집 나간 자식처럼 방황하는 시들을 위해 시의 집 한채 마련해 주고 싶었다. 둔재(鈍才)의 시가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임 시인은 1954년 충북 괴산 출신으로 1995년 시와 산문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충주문인협회 부회장 등 다수의 동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제비는 산으로 깃들지 않는다’, ‘꽃을 보고 가시게’, ‘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등이 있다.

미당문학사, 123쪽, 1만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