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투자자 확대 개편…연내 공동연구소 설립금 송금
임상병원시스템 구축 등 2조원 규모 대형 프로젝트 불투명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경제자유구청이 2조원 규모의 이란 오일머니를 청주 오송에 유치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충북경자청은 7일 이란-한국 전통의학공동연구소(JCTM)를 설립하려는 이란 측의 투자계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체결한 MOU 협약 사항 중 의료생산라인과 임상병원시스템 구축 등 2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는 불투명한 상태다.

충북경자청은 최근 전통의학공동연구소 설립을 위한 이란 측 대화 채널을 바꿨다. 그동안 외자 2조원 투자유치가 성사됐다고 홍보해 왔으나 1년6개월 만에 주 투자자가 교체되면서 ‘헛심’만 쓴 꼴이 됐다.

김용국 충북경자청 본부장은 이날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측에서 구체적인 오송 투자계획과 시기를 담은 공식 서한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충북경자청에 도착한 서한문에는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던 이란의 오송 투자가 국립연구기관인 ABRII(Agricultural Biotechnology Research Institute of Iran·이란 농업바이오기술연구원)이 참여하는 정부지원 사업으로 확대 개편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BRII는 15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갖춘 국립연구기관으로 이란 내에 5곳의 분원이 있다.

그동안 충북 투자는 민간 영리법인인 투바(TOOBA) 전통의학기업의 주도로 이뤄졌다. 투바가 설립한 국내 특수목적법인(SPC) 투바코리아는 오송신약개발지원센터에 입주했었으나 임대료 체납으로 물의를 빚다 다른 곳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새롭게 개편된 조직은 ABRII와 투바 전통의학기업, 테헤란대학교 등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다. 법인 성격도 영리법인에서 비영리법인으로 전환된다.

ABRII의 참여는 이란 정부 내 주요부처의 결정 사안이라는 후문이다.

이란 측은 또 법인 설립금 20만달러(2억2000만원)와 전통의학공동연구소 설립 준비자금 100만달러(11억원) 등 120만달러(13억2000만원)를 연내 송금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충북경자청은 설명했다.

서한문에는 구체적인 투자금 송금 기한도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투바 전통의학기업은 지난해 4월 충북도와 향후 10년간 오송에 20억달러(2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협약했다.

이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비롯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에 적합한 신약 제품화 공장 건립, 임상병원 설립, 복제약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선다는 게 협약의 핵심 내용이다.

서방 경제 제재가 해제되자 이란 측은 첫 투자금 200만달러를 지난 7, 8월께 송금하겠다고 약속했다. 첫 투자금 200만달러는 이 가운데 공동연구소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이다.

그러나 정부의 자본 거래 허용 조처 이후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이란의 투자금 송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충북경자청 실무단은 지난달 23∼27일 이란을 직접 방문해 투자금 송금이 지연되는 이유를 살폈다.

충북경자청 관계자는 “지난 1월 핵 협상 타결로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됐지만 미국 영향권 내에 있는 은행시스템은 여전히 해제 전과 마찬가지여서 자본 거래에 제약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측의 공식 서한문을 보면 투자 의지는 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이란 내 송금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만큼 연내 우선 투자금이 송금되는 것을 확인한 후 상응하는 국내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충북경자청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 설립은 확실하지만 2조원대 투자는 확신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김 본부장은 “의료 생산라인과 임상병원 시스템 구축 등 2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는 먼저 이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가 설립된 후 그 성과에 따른 중·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할 사항”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