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 자세’란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 내에서 남성들이 성추행과 관련한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마치 고대 이집트 왕 ‘투탕카멘’의 미라 모습처럼 양손을 X자로 가슴에 교차시키고 서있는 자세로 지하철 매너자세를 일컫는 신조어(新造語)이다.

갈수록 조심스럽고 각박해져만 가는 사회다.‘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도 힘든 마당에 억울한 누명까지 쓸 수 없다는 발로에서 생겨난 고육지책(苦肉之策)인 셈이다.

나름 슬기로운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모습은 사뭇 씁쓸하기만 하다. 이와 대조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조심스런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로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 발생건수는 2010년 350건에서 2011년 408건, 2012년 727건, 2013년 99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다 2014년에는 1236건을 기록했다. 2010년 대비 3.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평소 주변 사람으로부터 냉대를 받던 지적장애인들은 흔히 누군가 호의라도 보이면 고마워하고 쉽게 따르는 특성을 보여 성(性)과 관련된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적장애인 시설 내 관계자, 동네 아저씨, 인터넷 채팅 친구, 심지어 친인척까지 가해자들은 다양하며 장애인들의 이런 특성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자신들을 합리화하기 일쑤다.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만연하는 것은 범죄에 취약한 이들의 특성 뿐만 아니라 각박한 현실에서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만연과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부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적 장애인에게는 성폭력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쁜 것인지, 피해를 당하면 어찌해야하는지 등의 현실적인 교육부터 시작해서 범죄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중요한 결정을 혼자 하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혹시 주위 사람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대한다면 즉시 위험상황을 알려 줄 수 있는 체제 구축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우리 경찰에서는 장애인 성폭력 수사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성폭력피해자의 신속한 피해회복과 권익보호를 위해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배치하여 범죄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지원 뿐 아니라, 성폭력 범죄피해자에 대한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대표적 지원시스템인‘해바라기지원센터’를 항시 운영 중이며 이곳에 전담 여성경찰관, 간호사, 상담사가 24시간 상주하여 한 곳에서 피해자를 위한 조사, 상담, 치료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얼마 전 일부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자는 법률개정안이 서영교 의원(무소속)에 의해 대표 발의 된바 있다. 그만큼 성범죄는 반인륜적 범죄이며, 그 한가운데 지적장애인이 힘겹게 서 있다.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가 인권을 가진 동등한 존재임을 인식하자.

너와 나의 차이를 받아들이되 둘은 결국 하나라는 불이(不二)의 지혜로 장애인에 대한 범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동참이 몹시도 필요한 때다.

주위에 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이나 이웃이 있다면 지금 안부전화라도 한통 해보면 어떨까? 나도 누이에게 전화 한통 해볼 생각이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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