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어느덧 상강과 입동이 지나고 있다. 조선 후기인 19세기중엽 농사일과 세시풍속을 저술한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는 한로(寒露)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祭祀)하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하고 있다. 승냥이는 수달과 함께 먹이를 잡으면 납작 엎드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풍성한 가을 추수에 감사를 표현하는 듯하다.

가을 지역축제가 한창이었던 지난 10월 ‘보은대추축제’ 현장에 다녀왔다.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가 있는 보은군과의 유대관계도 깊고 마침 ‘2016 민족통일 충청북도대회’가 있어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대추축제의 현장은 평일인데도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놀라웠다. ‘5000만 전 국민이 함께 즐기는 2016 보은대추축제’라는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보청천을 경계로 한쪽에는 대추를, 반대편에는 각종 농·특산물 판매장으로 구분하여 양쪽에 즐비하게 늘어선 것이 특색 있어 보였다. 10월 14일 개막하여 열흘간 소싸움대회, 속리산 단풍가요제, 조(棗)신제, 유명 가수 공연과 대추떡 만들기, 승마, 베짜기 등 볼거리와 체험행사도 다채로웠다.

보은군에서는 이번 축제에 약 85만 명이 방문하여 농·특산물 등 약 88억 원 어치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인구 3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군의 성과가 전국적으로도 성공한 지역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가을이면 보은군 전 공무원이 대추축제에 매진(邁進)하여 축제를 준비하고 각 지역·단체 초청행사 주최와 각종 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를 실시한다고 한다. 축제가 시작되면 전 직원과 봉사자들이 수시로 청소를 하여 하루에 수만 명이 찾는 곳이지만 정말 휴지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한 이미지 이다. 농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판매장도 교대로 운영하고, 원산지·가격 표시는 물론 판매자 실명제를 실시하여 소비자의 신뢰도 높이고 있다.

이번 보은축제 현장을 들러보고 사무실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작고 열악한 군(郡)에서 이처럼 괄목상대(刮目相對)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절박함, 간절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은군은 한때 10만 명이 넘었었으나(1965년 11만3825명) 현재 3분의 1 이하로 줄었고, 지방재정자립도가 10.2%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이렇게 쇠퇴해가는 지역을 다시 살리려는 지방공무원과 군민의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 잘살아보자는 절실함이 생각의 틀을 깨고 혁신을 통해 지금의 성공을 가져왔지 않았나 싶다.

보은 대추는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을 하였다 하여 보은군에서 특화 작물로 예전부터 지원사업을 해왔었다. 다산(多産)의 상징이기도 한 대추는 주로 마른 대추가 폐백, 제사 또는 음식 재료로 사용 되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의 큰 차별성을 갖지 못해 대추육성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답보(踏步) 상태였다.

그러던 중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대추도 과일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을 통해 굵고 당도가 높은 대추 생산에 힘을 기울였고, 2007년도부터는 대추축제를 시작해 보은대추의 명성을 되찾고 성공한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이지만 군민의 절박한 마음을 행정에 반영하여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루어 낸 것이다.

병무청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일방적인 병역의무부과에서 벗어나 징병검사·현역병·사회복무요원 본인선택, 취업맞춤 특기병, 나만의 홈페이지, 징병검사과정 실시간 안내 서비스 등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충북지방병무청은 앞으로도 현장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개개인 중심, 양방향·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3.0 구현에 박차를 가하여 변화와 혁신을 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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