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톨스토이(1828~1910)의 작품 중 ‘바보 이반’이라는 동화가 있다.

어른이 읽는 동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바보 이반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떤 농부가 살았는데 그 농부에게는 아들이 세 명 있었다. 큰 아들 시몬은 군인이었고, 둘째아들 타라스는 장사꾼이었고 셋째아들 이반은 농사꾼이자 바보였다.

큰 아들은 전쟁, 둘째아들은 돈밖에 몰랐지만 바보 이반 덕분에 셋은 싸우지 않고 지냈다. 이것을 보고 늙은 악마가 새끼 악마들에게 이반 형제들을 갈라지게 하라고 명령을 했다.

그래서 새끼 악마들은 형제 한 명 씩을 맡아 요술을 부려 형제들을 불행하게 만들지만 이반을 맡은 악마는 실패한다. 새끼 악마는 이반을 괴롭히지 못하고 도리어 이반에게 들키게 된다.

이반은 악마를 죽이려 하지만 악마에게서 신비한 약초를 받는 조건으로 그냥 풀어주었다.

그래서 나머지 새끼 악마들이 이반을 공격하지만 역시 이반에게 걸려들었고 악마들은 각각 이반에게 돈을 만드는 법과 병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라졌다.

그 요술을 이반이 형들에게 가르쳐주면서 형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그 돈과 권력으로 왕이 된다. 이반은 돈이나 권력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마침 나라의 공주가 병에 걸리자 예전에 악마에게서 받았던 약초를 바쳐 공주를 낫게 한다.

그래서 이반은 공주와 결혼하고 나라의 왕이 되었다. 이 사실을 안 악마는 직접 나서서 각각 이반의 형들을 망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반의 백성들이 망하도록 계획을 세웠지만 이반의 나라 백성도 모두 바보여서 돈이나 전쟁 등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늙은 악마는 바보 백성들을 가르친다고 탑 위에서 소리치다가 배 고프고 어지러워서 떨어져 죽었다.

바보 이반은 순수한 사람이다.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으면 사특한 것이 들어 올 자리가 없다. 형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자 이반을 찾아와서 땅을 팔아달라고 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곤 하였다.

이반이 아낌없이 주어도 형들의 허영은 충족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전쟁을 하여 권력을 쥐고자 하는 큰 형의 욕망이나 경제적 부를 추구하여 장사를 했던 작은 형의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차지 않았다.

악마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긴다. 돈이 많아도 항상 부족한 듯 느끼고, 권력을 잡아도 더 높은 권력을 추구하기만 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그러나 바보 이반은 권력도 싫고, 명예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순수하게 농사지으면서 거추장스러운 옷도 벗어버리고 맑은 마음만 간직하였다.

왕이 된 후에도 열심히 일하면서 조용히 농사짓는 일만 했다. 왕비도 그를 따라 농사만 지었다.

악마는 이웃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와서 이반의 나라를 쳤다.

그러나 이반의 나라에서는 친절하게 대할 뿐이었다. 음식을 대접하고 필요한 것은 다 가지고 가라고 하니 싸움이 될 수가 없다.

이반의 나라 백성들은 머리를 쓰지 않고 손으로만 일을 하고 있었다. 늙은 악마는 이반의 백성들에게 머리를 쓰라고 외치다가 제 풀에 죽고 만다.

‘노자도덕경’에 “지혜를 짜내면 큰 잘못이 생긴다”고 하였다. 인간적인 것으로 자꾸 짜내다 보면 크게 잘못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월급을 많이 타는 사람은 그만큼 씀씀이가 크다. 그래서 늘 부족함을 느낀다. 오히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걱정이 덜 할 수도 있다.

상대적 빈곤감이라는 것이 있다. 구멍가게 하는 사람은 수퍼마켓하는 사람이 부럽고, 수퍼마켓하는 사람은 대형 쇼핑몰 운영하는 사람이 부러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부러워한다. 혹은 더 높아지려고 발버둥을 친다. 육신을 망쳐가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리고 늙어서는 병으로 고생한다. 백화점에 걸려 있는 밍크 코트보다 내가 입고 있는 오리털 점퍼가 더 좋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상대적인 빈곤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강하게 하루를 잘 사는 것이 행복인 줄 알아야 한다. 숨 쉬는 것만도 감사한 일인 줄 알아야 한다.

건강을 잃고 나면 숨 쉬는 것조차 축복인 줄 알게 된다.

바보 이반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았다. 바보 이반의 나라에서는 권력이 필요 없다. 선무당도 없다. 바보 이반을 찾아 등불을 들고 거리를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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