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백악관의 새 주인이 ‘아웃 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선거 기간 내내 기행과 막말, 성 추문으로 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퇴진 압박을 받아오던 그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지역은 물론, 3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까지 석권하면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과학적 예측’을 자랑하던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은 할말을 잃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면서도 그 속내를 감춰오던 백인들의 ‘감춰진 표’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어찌됐든 전 세계는 이변과 파란을 연출한 트럼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을 두고 한 언론 매체가 뽑은 헤드라인은 ‘오 마이 갓(O my god)’이었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전 세계가 한 차례 홍역을 앓더니 이젠 더 큰 골치를 썩게 됐다.

브렉시트가 폭풍이었다면 트럼프의 집권은 태풍이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 특히 유럽의 정상들은 허를 찔려 패닉에 빠졌다. 겉으로야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만 속내는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행보가 자국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예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트럼프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예측 불가 인물’이라는 점 뿐이니 더욱 난감하다.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는 한국을 겨냥했다.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다. 그동안 견고했던 한·미 동맹 또한 장담할 처지가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협상에 돌입하게 되면 한국은 현 상황보다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 뻔하다. 세계의 격변이 예고돼 있는데 우리는 ‘최순실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기엔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돼 있다. 능동적으로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할 엄중한 상황에서 ‘민심’을 잃고, ‘동력’을 잃은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난제를 풀어나갈 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10분간 통화를 했다고 한다. 한·미 동맹 강화에 100% 동의하고, 흔들리지 않고 한·미 안보를 끝까지 함께 하며, 북 도발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한다.

외교부도 트럼프 측에 고위급을 파견해 대북공조의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권의 정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인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만하다. 급변을 예고하고 있는 세계정세에 맥놓고 있을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트럼프 발언은 대선용”이라며 “한·미 동맹은 불변”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설사 변화를 시도해도 정책 결정권은 의회에 있으니 안삼해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옹호적인 말만 믿을 수는 없다. 미국발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효과적인 ‘방파제’를 세워 현명하게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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