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김재경 교수

국내 연구진이 인체 내 암 억제 유전자의 양이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생체시계가 불안정한 교대·야간 근무 종사자들이 왜 암 발병률이 높은지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는 수학 모델링을 이용해 어떤 원리로 생체시계가 암 억제 유전자인 'p53' 단백질의 24시간 주기 리듬을 만들어내는지 규명했다고 밝혔다.

뇌 속 뇌하수체에 있는 생체시계는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일정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몸의 행동이나 생리적 현상을 조절한다.

오후 9시가 되면 뇌 속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돼 일정한 시간에 수면을 취하게 되는 것도 생체시계 때문이다.

▲ 칼라 핀키엘스타인 교수(아랫줄 왼쪽 첫번째)와 김재경 교수(윗줄 왼쪽 첫번째)

만성적인 야근과 교대근무 등으로 생체시계가 교란되면 당뇨, 암, 심장병, 치매 등 다양한 현대병을 유발할 수 있다.

김재경 교수 연구팀은 2014년 선행 연구를 통해 p53의 양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24시간을 주기로 변화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하지만 어떤 원리로 생체시계가 p53의 양을 조절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p53은 세포 조절 시스템 중에서도 매우 복잡해 실험만으로는 작동 원리를 밝혀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백만 경우의 수에 달하는 가상 실험을 수행, p53이 작용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뇌하수체 속 생체시계 단백질인 'period2'가 p53의 생체리듬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eriod2는 p53 단백질을 세포핵 안으로 이동시켜 세포핵 안에 존재하는 DNA의 돌연변이를 막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포질에서 period2d의 양이 많아지면 p53의 양이 적어졌고, 세포핵에서는 peiod2의 양이 많아질수록 p53의 양도 많아졌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p53을 활성화하는 항암제들이 투약 시간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졌던 원인을 밝히고, 최적의 투약 시간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김재경 교수는 "간호사, 경찰 등 교대근무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좀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생물학과 수학 간 융합연구를 통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 칼라 핀키엘스타인(Carla Finkielstein)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 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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